[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오랜 고민 끝에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로 결정했다. 라임펀드 원금 1530억원을 모두 돌려준다. 사상 첫 100% 배상으로 고객보호에 의미있는 진전이다. 아직 라임 사건의 전말이 명백히 밝혀진 건 아니지만,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계속 이어지며 판매사로 언급이 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반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 1일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판매사들에게 원금 전액 반환 권고를 내렸다. 판매 금액은 모두 1530억원으로 금융사별로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이다.
판매사들은 이미 한 차례 답변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아직 라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을 하는 건 배임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수락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추가 연장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섯 차례 연장 끝에 배상을 거부한 키코 사례를 의식한 것이다.
고민 끝에 판매사들은 금감원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이사회에서 결정을 한 차례 연기하면서 법률 검토 등을 면밀히 진행했으며, 본 건이 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 차원,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도 "검찰 수사와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에게 신속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분조위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권고안을 수용하면서도 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서에 명기된 일부 내용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고객에 대한 약속 이행을 통한 신뢰회복과 금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분쟁조정결정을 수락한다"라면서 "착오 취소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리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고, 분쟁조정결정의 수락이 자본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액 배상으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판매사들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직 법적 결론이 나오지 않은데다, 사상 첫 전액 배상 권고라는 점에서 수용할 경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곤 했다. 라임 펀드 말고도 현재 금융권엔 '옵티머스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라는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한 상태다.
여기엔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한 몫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오전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이번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조속히 조정결정을 수락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피해 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선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나 경영실태평가 시에도 분조위 조정 결정 수락 등 소비자보호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다"라며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라임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판매사로 계속해서 언급이 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회사의 이미지 문제도 있으니, 이사회 입장에선 되도록 빨리 털고 넘어가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금융감독원의 압박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판매사들은 권고안 수용과는 별개로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조사 결과 자산운용사인 라임 및 스왑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가 라임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은 은폐하고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고 형법상 사기혐의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은 관련 회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상권,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할 예정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도 분조위 조정안에 명시된 내용과 현재 진행 중인 운용사와 PBS 제공 증권사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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