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후계자로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점찍은 가운데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조현식 부회장은 조양래 회장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조양래 회장의 장녀 조희경 이사장에 이어 장남 조현식 부회장까지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5일 조현식 부회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한다고 선언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입장문에서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인 23.59%를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3천억 원이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보유 지분은 19.31%에서 42.90%로 늘었다.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의 지분인 19.32%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조희경 이사장(0.83%)과 조양래 회장의 차녀 조희원씨(10.82%)의 지분율도 변동이 없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다. 조양래 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을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한 것은 그룹 경영권을 물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을, 조현범 사장은 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직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형제 경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식 부회장도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조희경 이사장이 조현범 사장의 최대주주 등극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조짐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서울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하면서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회장님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양래 회장이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었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양래 회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양래 회장은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조양래 회장의 입장 발표로 한국타이어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조짐은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현식 부회장이 성년후견심판절차 참여를 결정하면서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조현식 부회장은 성년후견심판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이미 조양래 회장이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특별히 달라진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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