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수익성 고민에 빠진 카드사가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역마진이 나기 시작한 신용판매와 다르게, 할부금융에선 그나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카드사들도 시장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할부 금융시장은 또 다른 마케팅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 1분기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서 309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2.7% 오른 수치다.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신한카드는 그간 자동차 할부 금융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7년 자동차 할부금융 전용 플랫폼 '마이오토' 출시 이후 '내차 사기' '내차 관리 서비스' 등 고객 편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지난 5월엔 중고차 매매 단지인 '오토메카인천안'과 금융제휴 협약을 맺기도 했다.
덩치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캐피탈로부터 5천억원 규모의 장기렌터카 자산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같은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캐피탈로부터 1조원대의 오토·리테일 자산을 넘겨받게 됐다. 올 3월 기준 신한카드의 자동차 할부 금융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상승한 3조1천770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업카드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신한캐피탈 신한카드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라며 "신한카드의 경우 자동차 금융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입지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실적에서도 자동차 금융의 덕을 봤다. 신한카드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한 3천2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특히 할부금융 수익이 지난해 대비 12.3% 오른 712억원, 리스 수익이 47.8% 상승한 1천278억원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할부금융·리스, 장기렌탈, 신금융상품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선방했다"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도 자동차 할부 금융에 힘을 주고 있다. 올 1분기 KB국민카드는 자동차 할부 금융에서 전년 동기 대비 45.3% 증가한 22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같은 기간 43.5% 상승한 2조9천202억원으로 나타났다.
국민카드는 올해 초 중고차 할부금융 영업점인 '오토금융센터'를 개소하는 한편, 3월엔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 6개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리스금융에 뛰어들었다.
국민카드도 올 상반기 실적에서 할부금융 효과를 봤다. 상반기 국민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1천638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특히 할부금융과 리스 부문의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모든 카드사들의 당면과제가 됐다.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 뛰어들 기회도 있지만, 유의미한 수익을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용판매를 대체하진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여줄 '즉시전력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적임자로 할부금융이 낙점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크지는 않을 수 있어도, 할부금융은 적어도 신용판매처럼 역마진이 나거나 수익이 안 나는 시장은 아니다"라며 "금융사들이 돈이 안 되는 시장에 뛰어들 리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신용판매에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카드론을 눌려서 메울 상황도 아닌 만큼, 그간 하지 않았던 사업인 할부금융에 다들 뛰어들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하지 않았던 하나카드도 예열 중이다. 하나카드는 내년 1월께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모든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에 적극적인 건 아니다. 삼성카드의 경우 내실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할부 자산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1조6천195억원이었던 삼성카드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올 3월 말 7천464억원으로 줄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할부금융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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