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반도체 업계에 갑(甲)으로 통하는 AR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세계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ARM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모바일AP를 사실상 독점 설계하는 회사다. 애플·삼성전자·퀄컴·화웨이 등이 모두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모바일AP를 설계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손 회장은 당시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 등 잇단 투자 실패로 경영난에 처하자 ARM 보유 지분의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 등을 현재 검토 중이다. 현재 ARM 지분 75%는 소프트뱅크가, 25%는 자회사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미국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수년 전부터 주력 분야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다만 엔비디아의 관심 표명에도 실제 지분 인수로 이어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또다른 인수후보자로 삼성전자와 애플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P에 들어가는 CPU, GPU 등에 ARM의 설계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누가 인수후보로 나서든지 독과점 관련 우려를 일각에선 내놓는다. 퀄컴은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인 네덜란드의 NXP를 48조원 규모에 인수하려 했지만 지난 2018년 중국 당국이 이를 불허하며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 인수 추진 시 독과점 가능성이 있을 경우 이에 영향을 받게되는 유럽,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ARM 인수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인수하며 '몸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도 통매각의 발목을 잡는다. 현금 100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ARM 인수는 특정 반도체 업체가 인수를 시도할 때 다른 업체들에서 견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ARM 매각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업계에서는 국내외 반도체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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