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SK와 같은 대기업이 가진 많은 자산들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중요성이 부각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육성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SK그룹이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기반 삼아 반도체 생태계 강화 및 상생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자사 핵심기술까지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단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포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향후 10년간 총 120조원을 투자,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서는 1만7천명의 일자리와 약 188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50여 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과의 상생 프로그램 조성 및 반도체 생태계 강화 등에도 1조 5천700억원을 지원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약 135만평) 부지에 반도체 공장 4개 및 50여개 소부장 기업이 집적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고, 부지에 대한 정부 심의가 통과되자 지난해 1조2천200억원 규모의 관련 상생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SK 측은 최근 4천500억원을 들여 '세계 최초의 양산팹 연계형 반도체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협력사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중복 비용 1천억원을 제외한 3천500억원 가량이 늘어나면서 총 지원 액수를 1조5천700억원으로 확대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지원 등을 토대로 반도체 소부장 협력사들과의 상생 협업 사례를 늘리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9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앞으로 구축하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50여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는 SK가 1조5천700억원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고, 핵심기술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SK가 보유한 AI나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을 전부 소부장 기업들에 지원하고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중장기적인 국가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등도 이에 따른 국내 소부장 산업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 수출 규제 이후 일부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상생 클러스터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정부도 SK 등 대기업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번 SK하이닉스 사업장 방문에서 "기계가 1대에 50억원인데 이런 분석기를 같이 사용해야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는 최 회장의 발언에 "정말 대기업에서 이런 시설들을 갖춰준 덕에 소부장들 육성하는 데 아주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에 지자체 간 갈등 등으로 일부 차질을 빚어왔던 해당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중앙 정부 차원의 힘이 얼마나 실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 및 협력사 등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연대와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정부의 소부장 특화단지 공모에도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SK그룹은 친환경적인 반도체 생산에도 나선다. 애플 보고서(Supplier Clean Energy 2020 Program Update)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애플과 협약을 맺고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아이폰용 반도체를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환경이 중요한 사회문제인 만큼 SK는 사회적 가치 및 친환경 프로그램을 통해서 친환경 제조 생산 공정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나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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