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달만에 다시 만났다. 현대차그룹이 삼성과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도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 공장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날 만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는 1995년 설립,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로는 최대인 347만㎡ 규모를 자랑하며 1만4천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에 재계 총수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 총수가 현대차그룹 사업장을 공식 방문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두 번째 회동을 단순히 답방 성격만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이 부회장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SDI 전영현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과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 등과 함께 삼성 경영진을 맞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에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SDI는 물론 반도체 부문과 종합기술원 최고경영진까지 대동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사의 협력이 배터리를 넘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사업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삼성 경영진은 차세대 친환경차와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은 현대차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 등도 직접 시승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사 경영진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협력 관계 모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두 달 만에 다시 회동하면서 양사의 협력 방안에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한때 반도체·건설 등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었지만 현재는 주력 사업에서 충돌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협력 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십여년 동안 두 그룹은 보이지 않게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국내 재계 1,2위를 다투며 자존심 싸움을 벌인 탓이 크다. 1995년 삼성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던 일은 양 그룹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삼성SDI만 배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대차는 삼성의 반도체도 공급받지 않는다. 삼성이 2017년 세계 1위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하고 시장에 진입했지만 역시나 현대차그룹과의 거래는 없었다.
하지만 젊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양 그룹이 과거의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고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양측이 거래의 물꼬를 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물론 삼성의 반도체, 통신장비, 전장 부품 등이 현대기아차에 공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의선 부회장은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의 협력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와 삼성SDI의 배터리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한다. 현대차와 삼성 모두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파워에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양사 경영진은 미래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면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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