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재계 총수들이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영환경에 해외출장 마저 발이 묶이면서 집에 머무는 이른바 '방콕' 여름휴가를 보낼 전망이다. 대신 총수들은 자택에 머물면서 '포스트코로나' 흐름에 맞춰 경영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영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이동이 여의지 못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총수들은 올해 하반기 전반적인 경제위기와 현안들 탓에 휴가계획을 아예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하반기 전략을 구상하며 조용히 자택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재계 총수들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주요그룹들은 이같은 대내외 환경에 대응해 투자확대·경영혁신 등을 적극 추진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특별한 휴가 계획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며 냉엄한 사법리스크의 현실에도 미래 준비를 강도높게 주문했다. 불안정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여름휴가 대신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부회장은 올 들어 7번째 어려운 경영 환경 속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임직원들에게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대신 임직원들에게는 적극적인 휴가 사용을 독려하되 기간은 분산하고 국내 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내수경기 살리기에 일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삼성은 실제로 20만명에 달하는 국내 임직원들의 휴가가 성수기에 집중돼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계휴가 운영 가이드'를 마련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특별한 휴가 일정없이 자택에서 경영 현안들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생존과 도약을 이끌어내야할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나 고가 제품 소비 쏠림 효과 등으로 국내에선 선방했지만 언제까지 내수 시장으로만으로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산적하다. 이에 정 부회장은 휴가 기간에 하반기 주요 지역 판매 회복 방안을 챙길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 선점 방안 등을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 회장도 하반기 경영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별도의 여름 휴가 일정 대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집중 탐색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일하는 문화 혁신, 사회적 가치 제고 등을 통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까지 얻는 최고경영자(CEO) 고유의 기업가치 성장 스토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행복경영론의 비전에 대해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증폭돼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총수들의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고 판단한다. 위기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주요 그룹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것.
40대 젊은 총수인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휴가 소진의 솔선수범 차원에서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나 며칠 간 짧은 여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구 회장은 평소 아무리 바빠도 CEO부터 솔선수범해 여름 휴가를 통해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에도 8월에 여름 휴가를 다녀온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반기 경영 구상에 매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내다보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해서 체크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위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의 해외 경영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각국이 빗장을 내걸면서 국내 주요 산업들이 하루하루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주요 국가의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리더라도, 미국과 유럽 등의 확산을 걱정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국내외 현장 경영이나 외국 주요 인사 면담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제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그룹을 이끄는 총수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 마음 놓고 쉬기보다는 오히려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가 향후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19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급격한 경영 여건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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