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상표권 사용을 위해 삼성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독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삼성과의 협상기간 동안 홀로서기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와 삼성의 상표사용계약은 다음달 4일 종료된다. 르노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면 2년간의 유예기간 이후에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계약기간 종료가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르노삼성차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당장 삼성 브랜드를 떼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남은 시간 동안 삼성과의 협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기간을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삼성과 협의를 이어가면서 올해 중으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표권사용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삼성 브랜드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르노삼성차가 결국은 삼성 브랜드를 떼는 방향으로 결론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는 완성차가 출시되는 것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이 자동차 전장,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는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홀로서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XM3, QM6, SM6를 비롯해 르노 본사에서 수입하는 트위지, 마스터, 캡처 등을 국내 시장에서 팔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은 르노삼성차 브랜드를 쓰지만, 수입 모델은 이미 삼성을 떼고 르노 브랜드만 붙인다. 르노 브랜드를 달고 출시되는 모델은 엠블럼 역시 '태풍의 눈' 대신 '로장주'(마름모)를 달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차가 소형 SUV 캡처를 출시하면서 르노 브랜드로 내놓았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르노삼성차는 캡처 1세대 모델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면서 르노삼성차 브랜드를 달고 QM3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은 아예 르노 브랜드를 달고 본래 이름인 캡처를 내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르노가 수입해서 판매하는 모델은 더 이상 삼성 브랜들 붙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XM3, QM6, SM6 등의 모델은 당분간 르노삼성차 브랜드로 출시되겠지만 향후 자연스럽게 르노 브랜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국내에서 생산되는 르노삼성차의 정체성은 태풍의 눈 엠블럼으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풍의 눈 엠블럼의 지적재산권은 르노삼성차 소유다. 이에 따라 삼성과의 상표권 사용계약이 종료하더라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르노그룹은 2000년 8월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삼성물산과 삼성그룹상표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상표권 사용 계약기간은 10년이었으며, 2010년 8월 한차례 연장했다. 상표 사용 대가는 EBIT(세전영업이익)가 발생하는 연도에 EBIT를 한도로 해당되는 제품매출액의 0.8%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삼성 계열사인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차 지분 19.9%를 보유 중이다. 삼성카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르노삼성차 지분 장부가액은 약 2천750억원이다. 상표사용계약이 마무리되면 삼성그룹은 남은 지분을 정리하고 마침내 완성차 사업과의 인연을 끊을 수 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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