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독자 브랜드인 '레스케이프'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행선지인 강남 시장을 겨냥해 세계적인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새로운 브랜드로 다시 의기투합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옛 강남 르네상스 호텔 자리에 '조선팰리스'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를 붙여 오픈한다. '조선팰리스'라는 독자 브랜드를 앞세우기에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덧입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조선호텔이 레스케이프를 선보인 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국내외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는 상태"라며 "독자 브랜드로는 집객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메리어트의 힘을 빌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등급으로 호텔을 운영할 지는 심사를 받아야 알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4~5성급 수준의 호텔을 오픈하려는 것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레스케이프처럼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웨스틴'처럼 로열티를 지급해서라도 프랜차이즈 형태를 다시 적용하려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2018년 7월 첫 독자 호텔 브랜드인 '레스케이프'를 선보인 후 입지 대비 높은 객실 가격과 낮은 투숙률로 고전하면서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이에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매출 2천89억 원, 영업손실 124억 원을 기록하는 등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이용호 전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또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직격타까지 맞으면서 적자 폭이 100억 원 가량 확대돼 총1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5.4% 줄어든 338억 원에 그쳤다.
이에 신세계조선호텔은 호텔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지난 3월 말 이마트를 통해 약 1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 받았다. 투자할 곳은 많은데 신규 호텔 오픈은 줄줄이 예정돼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세계조선호텔 투숙률과 객단가가 하락해 2분기 실적도 불안하다"며 "하반기에도 업황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규 호텔도 연이어 오픈하는 만큼 당분간 실적 개선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브랜드는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다. 이 브랜드는 각 호텔이 위치한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 예술, 디자인 등이 호텔 시설, 서비스 등 전반적인 상황을 반영해 운영된다. 국내에는 지난 2016년 1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더 플라자' 호텔을 통해 처음 선보였고, 홍대에서도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바이 메리어트'가 운영되고 있다.
앞서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2018년 10월 강남 르네상스 호텔을 재개발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호텔 운영과 관련해 20년 장기 책임 임대차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곳에는 약 260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설 예정으로, 신세계는 강남의 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또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년에 판교역 현대백화점 맞은 편 부지에도 신규 호텔 브랜드인 '그래비티'를 오픈한다. 이곳 역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그래비티'에 메리어트 브랜드를 붙여 운영된다. 앞서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달 25일 공식 채용 홈페이지에 '그래비티'를 오픈하기 위한 인력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리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비티'는 4성급 부티크 호텔 콘셉트로 오픈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곳이 오픈되면 판교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판교'가 가장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강남 르네상스 호텔 자리에 오픈하는 호텔, 판교에 오픈하는 호텔과 관련해 브랜드명이 확정됐는지는 현 단계에서 확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올해 오픈하는 3개 호텔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다음달 말 '그랜드 조선 부산'을 시작으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명동', '그랜드 조선 제주' 등 3개 호텔이 연달아 오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신규 호텔 브랜드명이 어떻게 정해질 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