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1985년 한국 해군의 초계함 및 호위함 등에 최초의 국산 사격통제시스템인 WSA-423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한국형 함정전투체계(CMS)의 출발이다. 국산화라고 하지만 해외 기술에 의존한 초라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마침내 100% 국내 기술로 해군 고속정의 CMS 개발에 성공했고, 지금은 독자기술로 해외 수출까지 성공하며 세계적인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달 3일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을 찾았다. 국내 대표 방산업체인 한화시스템은 1977년 설립된 삼성항공이 모태다. 1991년 방산부문이 삼성전자에 합병됐고, 2001년 삼성과 프랑스 탈레스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면서 사명을 삼성탈레스로 변경했다.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탈레스가 지분을 정리하면서 한화시스템이 됐다. 2018년에는 한화S&C(현 ICT부문)와 합병했고, 현재 다양한 신규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방산 업체라고 하면 각종 군사 무기와 장비 등 하드웨어를 만드는 장면이 먼저 떠오르는데 한화시스템은 회사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다. 각종 군 무기체계의 두뇌와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시스템 개발이 주력 사업이다. 주요 사업 분야는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해양시스템, 항공우주전자 등이다.
특히 CMS를 개발하는 해양시스템 부문은 한화시스템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40년 가까이 대한민국 해군의 함정·잠수함 등 80여척에 전투체계를 공급해왔다. 또한 지속적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성능개량, LTS(수명주기지원)를 통해 함정 도태 시까지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후속 군수지원을 하고 있다.
이날 찾아갔던 구미사업장이 바로 해양시스템 부문의 산실이다. 해양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실과 해양 CMS 시험장을 비롯해 천궁조립장, 전술통신체계 시험장 등이 모두 이곳에 있다. 이 때문에 구미사업장은 해양연구소로 불리고 있다.
외관은 주변 산업단지 건물과 큰 차이가 없다. 한때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기도 했고, 현재도 삼성전자 사업장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건물 내부 분위기는 산업단지보다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정반대의 분위기다.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실이었다. 이곳은 2000년 이후 해군의 모든 신조함, 구축함 성능개량 체계 등 수상함 및 장보고-III 급 잠수함까지 국산 전투체계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현장이다. 하나의 전투체계가 개발돼 함정에 탑재되고 전력화돼 운영되는 수명주기를 지원하기 위한 모든 소프트웨어 기술이 집약돼 있다.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PC 메인보드가 나란히 꽂혀 있는 컴퓨터 본체와 레이더 화면이 표시된 모니터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들뿐이었다. 장보고급 함정에는 PC 130여대가 들어간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CMS 시험장이었다. 한화시스템은 WSA-423를 시작으로 지난 40년 가까이 약 80여척의 해군 수상함 및 잠수함에 전투체계를 제공했고, 2025년까지 100여척의 전투체계가 국내외 해군에게 제공될 예정이다. 완성된 전투체계는 시험에만 3년이 걸린다. 공장 공정 1년, 함상 공정 2년이다. 함상 테스트를 하기 전 이곳에서 시험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어릴 적 오락실에서 보던 풍경이 떠올랐다. 하지만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오락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치열함이 느껴졌다. 가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테스트도 경험할 수 있었다. 과거 영문이던 시스템 메뉴는 한글화되고,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레이더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등 꾸준한 발전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천궁조립장, 전술통신체계시험장, 시스템조립장 등도 차례로 둘러봤다. 한화시스템에서 제작할 수 있는 레이더는 1년에 최대 4개라고 한다. 이는 탈레스에서 공급받는 관련 부품 생산 물량이 제한적인 탓이다. 레이더 1개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구미에서 조립하는데 3개월, 용인에서 테스트하는데 2개월 등 총 5개월 정도라고 한다. 군용 스마트폰·전화기 등을 생산하는 전술통신체계동은 그나마 가장 산업단지다운 모습이었다.
한편 한화시스템은 해군의 전투체계 발전 역사와 함께 한 개발 경험과 축적한 기술에 4차 산업혁명의 최신IT 기술을 적용해 한국형구축함(KDDX)용 전투체계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에어택시 개발을 본격화하며 민수 부분에서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욱 한화시스템 연구개발본부장은 "전투체계는 한 나라 국방의 자존심으로 가장 안정적·실질적으로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서 개발을 해야한다"면서 "한화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유럽 업체들에 근접해 있고, 최근에는 경쟁에서 이기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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