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수정된 임금단체협상안을 제시하며 한 발 물러섰다. 일단 노조 측은 기존 두 자릿수 인상안을 한 자릿수로 줄이며 협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입장을 전달받지 않았다며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는 6일 '2020년 임단협 요구안 수정안'을 통해 기본급 5.9% 인상안을 제시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0월 기본급 18.5% 인상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이를 과하다고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에 수정안을 새롭게 내놨다.
또 노조 측은 호봉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상여금 100% 인상과 여름휴가비 신설, 명절상품권 인상, 노동절 상품권 신설 등에 대한 요구도 모두 철회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홈플러스가 대규모 적자를 겪으며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다만 노조는 회사의 일방적 임금지급 기준 설정으로 인해 약 1천100여 명이 지난해 임금인상분 일부를 지급받지 못한 것은 소급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액으로는 약 6억9천600만 원 상당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입사 8년차까지 근속년수에 따른 보상이 없고, 8년차 이상이 소액의 능력급을 받고 있다"며 "10년을 다녀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만큼 올해 반드시 근속에 따른 적절한 보상제도로써 호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홈플러스 노조는 복지요구안은 모두 동결하되 비용이 드는 요구안은 모두 철회키로 했다. 다만 고용 보장을 핵심으로 현장의 원성이 가장 높은 강제전배, 통합운영, 인사·평가제도 개선, 익스프레스 노동환경 개선 등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고용안정과 조합원들이 가장 힘들고 괴로워하는 5개 문제에 대해 집중논의해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도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9.8%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이에 지난 4일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 간부들만 파업을 진행했다. 홈플러스는 정부가 추진한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 중 유일하게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비껴간 지난 주말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함으로써 매출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했지만, 노조 측이 이를 고려해 한 발 물러섰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마지막 교섭 자리에서도, 중앙노동위 조정회의에서도 끝내 임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조정조차 불발되고 '조정중지' 결정이 났으며 노조 역시 현재 쟁의 행위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쟁의 국면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임금에 대해 입을 닫은 채 교섭 자리에 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태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더 이상의 대립을 막고 파국에 이른 교섭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노조가 먼저 전향적인 수정안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길 꺼려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노조 측으로부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전달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노조에서 공문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로선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홈플러스 사측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다 점포 매각 추진 과정에서 내홍까지 겪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투자 기업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안산·대구·둔산점 3개 매장에 대해 매각을 진행하며 노조와 지속해서 갈등을 겪어 왔다.
이에 노조는 "매각 1순위로 추진 중인 안산점은 전체매장 중에서도 1등 매장"이라며 "이런 알짜매장을 하루 아침에 폐점한다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자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당기순손실이 5천32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4.9%, 38.3%씩 감소한 7조3천2억 원, 1천602억 원으로 집계됐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라느니 뭐니 하는 왜곡선동은 그만하고 이제 진정성 있는 '안'을 가지고 교섭자리로 나와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노조의 쟁의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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