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검찰이 지난달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의해 의결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인환 전 건국대 교수(자유언론국민연합 집행위원장)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의 주최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수사심의위원회는 문재인 정권에 들어와서 2018년 검찰개혁 차원에서 신설한 제도와 기구로서 그간 8차례 결정에 대해 그 내용이 기소든 불기소든 구속이든 불기속이든 수사 검찰이 그 결정을 존중해 왔다"며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 결정이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한다면 앞으로 수사심의위원회는 그 존재의 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했다. 수사심의위에 참석한 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물산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에 관한 안건을 다뤘는데 이에 대해 기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이기에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그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힌 상태다.
박 위원장은 "검찰이 강공책을 선택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의 재청구와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 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재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이 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검찰이 떠안게 될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위해 설치된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검찰이 무시하면 현 정부의 '검찰개혁' 과제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무리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혐의'에 대해서는 약 1년간 옥살이를 했고 현재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혐의 및 외부감사법 위반혐의(회계부정)에 대한 수사는 출옥 후에야 시작돼 1년7개월간 경영진 30여명을 100여차례 소환하고 50여차례 압수수색을 했다"며 "하나의 사건으로 4~5년씩이나 계속 수사를 끌어 경영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과 연관된 핵심 쟁점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시세 조종'에 관여했는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 이 부회장이 개입했는지 등이다. 특히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과 이 부회장의 승계가 연관이 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왔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 23.2%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고 본다. 당시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3주(1:0.35)였다. 이것이 삼성물산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합병이라고 검찰은 주장한다. 또 삼성이 각종 공시를 통해 양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에 힘을 보탰다고 의심한다.
최 명예교수는 이 같은 쟁점들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최 명예교수는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기 위한 사례로 호주 광산사업 포기를 드는데, 당시 삼성물산은 관련 사업에서 8천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이었다며 "삼성물산의 광산 개발사업에 진출한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인데 이것을 주가조작으로 본다면 경영자의 경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을 주가 조작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합병비율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계산한 비율로 이 같은 문제로 기소되거나 형사처벌받은 전례는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건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한 것은 단순히 바이오에피스의 장래가 불투명했기에 바이오젠이 추가 지분을 취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복제약 시판에 성공하자 바이오젠이 2015년 콜옵션을 실행하겠다고 해 지분을 49.9% 취득했고 이에 관계회사가 될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은 미국 기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가 삼성바이오에피스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만일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는 형편없어야 하는데,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51조원으로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2배가 넘는다"며 "그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품고 있는 제일모직과 합병했으니 삼성물산 주주로서는 정말 잘한 결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국회계학회 등 학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선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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