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중국에 있는 타오바오에서도 면세품을 사봤지만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저렴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아직 브랜드가 어떤 게 있는지 공개되지 않아서 더 기대가 되네요."
25일 오전 9시 40분께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에 마련된 '면세 명품 대전' 행사장 앞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중국에서도 한국에서 재고 면세품을 판다는 소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들어오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다"며 "온라인보다 현장에 와서 상품을 구매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행사장 주변에서 자고 일찍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판매되지 못하고 쌓여 있던 페라가모·발렌시아가·프라다 등 명품 재고 면세품들이 이날부터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명품족들이 들썩이고 있다. 이달 초 신세계가 온라인에서만 소규모로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물량도 440억 원 규모인 만큼 '득템' 찬스를 노리는 명품 마니아들이 온·오프라인 행사에 대거 몰리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재고 면세품이 오프라인 최초로 판매되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에는 새벽 4시부터 명품족들이 몰려 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8시께 번호표가 배포되기 전까지 100여 명이 줄을 섰고, 오전 10시 32분 현재는 300명이 번호표를 받아 갔다. 또 660명에 한 해 재고 면세품을 판매하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오전 10시 40분께 입장 인원이 모두 마감됐고,1천200명만 입장 가능한 롯데백화점 노원점은 700명이 번호표를 거머 쥐었다. 노원점은 오후 12시 전에 하루 입장 인원이 모두 마감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흥점은 오늘 하루 동안 600명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미 300명이 번호표를 받아 갔고, 인기 상품들도 오전 중에 대부분 완판될 것 같다"며 "이번 일로 평일 대비 객단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백화점은 현장에 고객들이 몰릴 것을 염려해 일찌감치 직원들을 곳곳에 배치해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준비하는 듯 했다. 또 행사를 위해 기존 직원들 외에 아르바이트 직원 10여 명을 추가로 채용했고, 본사 직원들도 함께 현장 정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행사장 앞에는 열감지카메라와 손소독제가 마련돼 있었고, 고객 대기 의자도 1m 간격으로 놓여져 있었다.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은 아울렛 안에 있는 카페 4곳으로 이동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기했으며, 오전 11시부터 20명씩 나눠 입장할 때에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행사장을 둘러봤다.
김세돈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장은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행사장 방역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며 "면세 재고품이 10억 원 가량 판매된다는 소식에 화성, 동탄, 판교, 기흥 등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방문한 만큼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서울에서 방문한 고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또 이번에 구입하는 면세품들은 본사 A/S(고객서비스) 지원이 되지 않는 데다 자체 발급 보증서가 지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한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건 신뢰가 안가서 직접 보고 구매하려고 왔다"며 "롯데가 어떤 브랜드를 판매하는 지 공개하지 않아 어떤 상품을 살 지 모르겠지만 득템 기회가 될 것 같아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괜찮은 상품이 더 많을 것 같은 기흥점으로 오게 됐다"며 "쇼핑 시간이 20분인데다 1인당 1개 밖에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날 가장 인기를 끈 브랜드는 '생로랑'이었다. '생로랑 선셋백 미디엄 금장'은 백화점에서 28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날 행사장에선 199만9천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생로랑 컬리지백 미디엄 은장'도 백화점에선 309만9천 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이날 행사 가격은 199만9천 원이었다.
또 일부 상품들은 '롯데온'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토리버치' 카메라백은 롯데온에서 36만9천 원에 판매됐지만 이날 행사장에선 27만9천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또 롯데온에서 96만1천 원이었던 '발렌티노' 클러치백도 69만9천 원에 판매됐다.
이 외에도 백화점에서 198만 원에 판매되는 '지방시' 미니 버킨백은 129만 원, 59만 원에 구입할 수 있는 ' 페라가모 벨트'는 41만9천 원에 판매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 판매되는 재고 면세품들은 예약 판매로 진행되는 온라인 행사와 달리 통관 절차를 모두 거친 상품을 백화점에서 직매입해 판매하면서 가격이 더 저렴하다"며 "이번 행사 상품들은 백화점 판매가보다는 30~40% 정도, 면세점 판매가보다는 10~20%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여지며, 인기 신상품을 중심으로 핸드백 50~60%, 클러치백 10%, 의류·신발 등 30% 가량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청에서 6개월 이상 재고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올해 신상품들이 작년 말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에 선보일 수 있었다"며 "신상품 가격이 저렴하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내일 행사가 진행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대전점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김해점, 롯데아울렛 광주, 대구점 등에도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에 재고 면세품이 풀리는 HDC아이파크몰도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과 분위기는 비슷했다. 현장에 있는 소비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행사장 앞에는 오전 10시 52분께 30여 명이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펜디, 지방시 등 인기 상품이 판매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개점 전부터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11시부터 번호표를 나눠줄 예정으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파크몰 멤버십 회원만 번호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역시 11시에 행사장 문이 열리자 마자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이 순차적으로 입장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20분간 30명씩 입장했지만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노원점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노원점은 이날 재고 면세품 물량이 가장 많이 판매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11시께 7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번호표를 받아갔다. 또 오픈과 동시에 50명이 행사장에 몰려 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인기 상품들은 오늘 오전 중에 모두 판매될 것 같다"며 "내일도 고객들이 서둘러 와야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온라인에서 재고 면세품 판매를 진행하려 했던 신라면세점은 돌연 판매 시간을 잠정 연기했다. 자체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인 '신라트립'을 통해 총 40여 개 브랜드 재고 면세품 판매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앱 접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신라 측은 오후 2시 이전에 판매 시간을 재공지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행사 소식에 신규 가입자 수가 평소 대비 20배 정도 몰렸고, 트래픽도 평소보다 몰린 것은 맞다"며 "판매 품목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상품을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다 보니 당초 예고했던 것보다 오픈이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면세점들이 재고 면세품 할인 판매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6개월 가량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대기업 면세점이 보유한 6개월 이상 된 장기 재고 규모가 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롯데면세점의 경우 전체 재고 규모가 물류센터 기준으로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세청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장기 재고품을 대상으로 10월 29일까지 내수 통관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에서 통관 절차가 복잡한 화장품이나 향수, 주류, 건강식품 등은 제외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 같이 나서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면서도 "아직까지 각 업체별로 재고품이 상당부분 쌓여 있고, 특히 화장품 재고 부담이 커 앞으로 정부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이 같은 행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재고 면세품 판매에서도 자체 보증서 발급이나 본사를 통한 A/S는 받을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기존 면세품들은 구매한 매장에서 날짜와 해당 점포에서 구매한 확인 도장 등을 찍은 보증서가 함께 지급됐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보증서가 지급되지 않는다. 이에 보증서를 확인한 후 명품 회사를 통해 받을 수 있었던 A/S도 불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면세품이 면세점이 아닌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면서 판매 책임도 해당 유통채널로 넘어가게 됐다"며 "유통채널에서 판매 확인을 해줄 수 없게 돼 보증서 발급은 어려워졌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적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각 업체들이 할인 폭을 키우는 데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들이 이번에 구입한 상품들을 A/S를 맡길 경우 병행 수입 제품처럼 사설 기관에 맡겨야 한다. 신라면세점 재고품을 '신라트립'을 통해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신라에서 지정한 곳에서 유상으로 A/S를 받아야 한다.
재고 면세품의 교환 및 반품도 각 업체별로 상이하다. 롯데는 온라인몰인 '롯데온'에서 판매한 상품은 구매 후 90일 이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 상품은 행사 기간 내에만 가능하다. 신세계는 'SI빌리지'에서 구매한 후 배송 완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7일 이내에 교환·반품 모두 가능하다. 신라는 '신라트립'에서 구매한 소비자의 단순 변심일 때는 7일 이내, 상품에 문제가 있을 시에는 30일 이내 교환·반품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프라다·발렌시아가·몽클레르 등 재고 면세품 400억 원 어치가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풀릴 예정인 만큼 쇼핑객들이 또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보증서 지급이 안되는 데다 A/S를 받는 것이 다소 불편하다는 점도 있어 신중하게 상품 구매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흥(경기)=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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