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통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전력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시장의 위축과 이커머스로의 급격한 시장 쏠림 등 상황에 대비해 '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읽혀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개점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식으로 매각하기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 대상의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으며 이번달 중 선정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수원점을 부동산 개발업체 서울디엔씨에 약 1천100억 원에 매각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천안 센터시티점을 세일앤리스백 형식으로 코람코자산신탁에 3천억 원에 매각했다. 광교점을 매각할 경우 한화갤러리아는 1년여 만에 1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갤러리아는 매각 대금을 통해 약 1조2천522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고 확보된 여유 자금을 갤러리아 대전점 리뉴얼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또 신규 점포는 콘텐츠 강화를 통해 지역 내에 빠르게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은 물론 계열사도 판다…업계 "'여력 만들기'에 올인"
이 같은 현상은 유통업계 전반에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3월 재무건전성 제고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업무용지를 8천158억 원에 매각했다. 또 지난해에도 13개 점포를 세일앤리스백 형식으로 매각해 9천525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
아모레퍼시픽도 비슷한 시기 서울 논현동 소재 성암빌딩을 신영에 1천520억 원에 매각했으며 CJ제일제당은 이에 앞선 지난해 12월 차입금 상환을 위해 1조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을 단행해 순차입금 비율을 크게 낮췄다. 또 CJ푸드빌도 부동산 등 고정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자산 매각이 아닌 계열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지난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해태아이스크림'을 1천400억 원에 빙그레에 팔았다. 해태제과는 매각 대금을 부채 상환과 제과사업 역량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현대백화점그룹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5위인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HCN은 약 6~7천억 원 선에 매각될 것으로 점쳐지며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자금을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 또는 대형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쇼핑 역시 계열사 롯데리츠에게 백화점·마트·아울렛 총 10개 매장을 매각했다.
업계는 이 같은 '매각 행렬'이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침체를 버티기 위한 '체력'을 기르고 향후 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한 재원 마련을 위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 쏠림 현상이 격심해짐에 따라 높은 고정비용이 발생하는 부동산 자산 보유가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등 자산은 일정 부분 고정 운영비가 지출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상황에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커머스 시장 등에 투자할 재원 마련도 필요한 만큼 앞으로도 점포 등을 매각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상 유통·부동산업계 '윈윈 게임' 평가에 '임시방편' 반론도
이 같은 매각 행렬은 현 시장 상황에서 유통업계와 부동산업계 모두에 '윈윈(Win-Win)'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진행중인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부동산 보유세나 운영비 등 고정비를 어느 정도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며 단기간에 거액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부동산업계는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장기 임차인을 확보해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는 등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매장 매각 당시 10년간의 임대차 조항을 넣은 바 있다. 특히 차후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경우 추가 차익도 실현시킬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저하,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등 악재로 인해 신용등급 하향을 겪고 있어 투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일앤리스백 방식 자산 매각은 단기간에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기존 사업도 당분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이 긍정적 성과로 연결될지 속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시적으로 거액의 현금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임대료로 지출되는 비용이 절감되는 운영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세일앤리스백 방식의 매각은 '임시방편적 단기대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매각 대금을 투자한 신사업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임대료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 효율성이 높은 최선의 방식이었다면 이미 대부분 유통사가 기존에 매장을 신설할 때부터 이를 활용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자산 매각 행렬은 코로나19 시대를 버텨내고 투자금을 마련을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자 최후의 카드"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금을 활용한 신사업 등이 실패하게 된다면 유통업계는 지금보다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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