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바이오 뚝심 경영이 재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SK㈜의 자회사 SK바이오팜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조원대 '잭팟'을 터트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SK바이오팜 100% 지분을 보유한 SK㈜은 이번 상장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3조원 가량의 실탄까지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일각에선 "한결같이"를 줄곧 주창해온 최 회장의 뚝심경영이 빛을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 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최 회장은 지난 27년간 '파머슈디컬(제약이라는 뜻)'의 첫 글자를 따 'P프로젝트'를 직접 이끌어왔다. 그는 외환위기(IMF), 금융위기, 경영권 분쟁 등 대내외 악재에도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지켰다. SK㈜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사 직속으로 둬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의지를 보여줬다.
2011년에는 신약 개발 사업을 하는 SK바이오팜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고, 2015년엔 원료의약품을 생산·판매하는 SK바이오텍을 떼어내 아일랜드·미국 등지 회사들을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다.
앞서 지난해말 SK바이오팜은 FDA의 허가를 받은 신약을 2개 보유한 국내 첫 기업이 됐다.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이 지난해 3월 FDA 관문을 통과한 데 이어 이번에 독자 개발한 엑스코프리까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다국적 제약사 등의 도움을 받아 FDA 관문을 통과한 국산 신약은 있었지만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에 이르는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를 국내 기업이 혼자 해낸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된다.
최 회장의 뚝심과 철학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 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천개~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제약·바이오 사업은 존재감은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며 '딥체인지'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SK는 바이오, 제약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국내 대기업의 지주사 체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이벤트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하반기에 이어질 'SK바이오팜 IPO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는 7월 2일 상장이 예정된 SK바이오팜은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 반영 시 기업가치가 최소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에 이어 반도체 웨이퍼 제조업체인 SK실트론, 미국 내 상장을 추진 중인 의약품생산업체인 SK팜테코까지 IPO 모멘텀이 계속 부각될 것"이라며 "비상장 자회사의 IPO 등을 통한 잇따른 투자 회수는 포트폴리오 확장 뿐만 아니라 주주 환원 극대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SK바이오팜의 상장으로 SK는 8%의 구주 매출을 통해 2천255억~3천7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SK는 지주회사 현금흐름 강화로 주주 가치제고와 신성장포트폴리오 강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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