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한 축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전원 불참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예측 불가다.
최저임금위는 11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했다. 회의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철저한 방역 조치 속에서 이뤄졌다. 위원들은 회의 입장에 앞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체크를 받았다. 회의가 진행된 원탁에는 모두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기도 했다.
노동계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적정 수준 이상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금은 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고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지키는 안전망이자 생명줄이다. 최저임금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정상적인 교섭과 인상이 필요하다"며 "한국노총은 2500만 임금 노동자들로부터 위임받은 최저임금 협상에서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경제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인상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로 많은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서 있고 고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으로 그동안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 큰 치명타가 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 사태가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에 고민점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합리적으로 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준식 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은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때에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당사자들의 절실한 노력과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도와 의도가 있어도 이를 적기에 가장 효율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위원회에서 수행하게 될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저임금위는 전원회의 직후, 소위원회인 운영위를 열고 향후 회의 일정 등을 확정했다.
우선 오는 18일 광주와 대전을 시작으로 5개 권역에서 진행하는 지역별 토론회에 위원별로 적극 참여하고, 19일에는 서울에서 생계비와 임금수준 전문위원회를 각각 개최하기로 했다.
2차 전원회의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이날 불참한 민주노총도 참석하기로 했다고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문위원회 심사사항과 현장방문 결과를 보고하고, 본격적인 최저임금안 심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차 회의는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인 오는 29일이다.
한편,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의 경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5명, 민주노총 추천 4명이다.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교체 없이 지난해와 동일하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9%) 심의 결과에 반발해 대거 사퇴하면서 6명이 새로 위촉됐다.
한국노총은 이동호 사무총장과 김영훈 공공연맹 조직처장, 민주노총은 윤택근 부위원장과 김연홍 기획실장, 정민정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한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 등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이날 다른 일정을 이유로 모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전에 일정과 관련해 최저임금위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아 위원들이 약속된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며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권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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