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이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도 가세했다. 결론적으로 서로 자신은 잘못은 없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탓하고 있다. 연말까지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자칫 시간만 끌다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거래계약이 체결된 이후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대규모 인수 준비단을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상주시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설명자료를 내고 "그동안 인수 준비단 및 HDC현산 경영진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고 투명하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이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한 재무상태의 변화, 추가자금의 차입, 영구전환사채의 발행 등과 관련된 사항은 당사가 그 동안 거래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신의성실하게 충분한 자료와 설명을 제공하고 협의 및 동의 절차를 진행해 왔던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인수 조건 재검토를 요청한 HDC 측은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가격을 낮추는 것을 가장 먼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천77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총 2조5천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천700원을 적용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었던 3월19일에는 2천27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계약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조건 재협상이 진행되면 구주가격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HDC현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인수의지를 밝히라고 요구하자 장문의 입장자료를 발표하며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했다. HDC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인수 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2조8천억원의 추가 인식과 1조7천억원 추가 차입으로 4조5천억원이 증가한 상태다.
HDC는 아시아나항공이 아무런 동의 없이 추가자금의 차입 및 부실계열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HDC는 인수조건 재검토의 원인을 아시아나항공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가 발끈한 것도 이 같은 주장 탓이다.
다만 HDC는 아시아나항공 탓을 하면서도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인수 계약 관련 중대한 상황들이 발생한 만큼 합리적 재점검과 인수조건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협의를 요청하고 있다. 채권단은 HDC가 인수의지를 굽히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진정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을 드러낸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채권단을 대표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HDC현산 측이 다소 늦었지만 인수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현산 측이 요청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 내용과 관련해 효율성 제고 등의 차원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해야 한다"며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채권단으로서는 HDC가 요청한 재협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논의가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거래 종결 시한은 당초 이달 말에서 올해 연말까지 늦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HDC의 재협상 요구가 사실상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한 승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 당시 2천500억원을 보증금으로 납부했다. 인수포기를 선언하면 이 돈을 모두 포기해야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책임으로 돌리면 소송을 통해 환급을 요구할 수도 있다.
채권단이 HDC현산에 일단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것도 진정성을 확인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거래계약체결 이후 지금까지 성공적인 거래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도 거래종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모든 사항들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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