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국내에 진출한 독일차 브랜드들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독일차들의 조작 의혹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발되고 있지만, 적발 이후 소비자들에 대한 조치는 한국에서만 다른 양상이다.
29일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한윤경 부장검사)는 지난 27일과 28일 이틀 간 서울 중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환경부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데 따라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6일 환경부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2012년 ~ 2018년까지 판매한 12종 3만7천154대에 대해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최종 판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배출가스 인증 취소, 결함시정 명령, 과징금 776억 원 부과,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배출가스 실내 인증시험 때와 다르게 실제 운행 시 질소산화물이 최대 13배 이상 과다하게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차량 주행 시작 후 운행 기간이 증가하면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을 감소시키거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가동률을 저하시키는 방식으로 차량 프로그램이 조작됐기 때문이란 것이 환경부의 조사 결과다. 특히 요소수가 덜 나오도록 연료통 옆에 있는 요소수통을 특별하게 작게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국내서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와 함께 독일차가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5년 대표적인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례였던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에도 포르쉐 등을 포함해 독일차가 국내서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돼 와서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닛산(2016년), 아우디·포르쉐(2018), FCA·아우디폭스바겐·포르쉐(2019년), 메르세데스-벤츠·닛산·포르쉐(2020년) 등이 각각 국내서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적발됐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법률센터 팀장은 "폭스바겐이 2015년 11월 문제가 된 걸 봤으면서도 벤츠는 2012년부터 2018년 동안 문제된 것을 계속 팔아왔다"면서 "이는 한국 소비자들을 속이고 판매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배출가스 불법조작 문제에만 한정한다면, 독일차들이 한국 소비자들만을 우습게 본 것은 아니다.
이번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은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먼저 제기됐고 같은 해 8월 독일 자동차청이 불법조작을 적발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도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불법조작을 처음 적발했다. 이러한 적발이 이어지면 각국에서도 해당 차량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 법적 조치를 할 근거를 마련해야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인증기준은 미국, 독일, 한국 다 비슷하지만 각자의 인증기준에 따라 시험을 해 인정을 하는 것이고 외국에서 적발해도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따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 이면에는 타깃 조사도 있다고 전해진다. 수많은 차량들을 다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산차도 꾸준히 조사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 적발된 것이 없다"면서 "랜덤하게 조사를 하기도 하지만 타깃팅 조사를 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한 자동차학과 교수도 "독일 기업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 시장서 독일 4사가 절대적으로 시장을 많이 차지하고 프리미엄급이라 각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있어 복합적"이라고 얘기했다.
다만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이 적발된 이후 이와 관련한 배상 등 소비자들에 대한 추후 조치에 있어서는 독일차들의 대응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만은 조금 다른 양상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최근 독일 대법원이 디젤게이트 관련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에게 차량 구입 대금 모두를 환불하라고 판결했는데, 이에 폭스바겐은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인 6만 명의 소비자들에게도 구입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서는 해당 사건으로 약 40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도 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배상 계획은 아직까진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번 의혹과 관련해 불복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가 이번에 메르세데스-벤츠에게 부과한 776억 원의 과징금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이 또한 해외에서 조 단위로 부과되는 과징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다.
이에 한국의 법과 제도 등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장 팀장은 "그나마 776억 원은 국민 여론도 있고 하니 전보다 높인 건데 법과 제도가 다 외국에 비해 느슨하고 우리나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안돼 있다"며 "우리나라 과징금, 벌금, 손해배상 이런 게 다 차량을 팔아 번 이익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아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