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끝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이자 3400만 가입자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법안이기에 통과 여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지만 의료계의 막강한 영향력 앞에서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 업계에서는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발의된다 하더라도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20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조차 넘지 못한 채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 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3천4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국민 대부분이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필요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팩스나 이메일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모바일앱을 통해 제출할 수 있지만 가입한 보험사 앱을 따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진료금액이 적은 경우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급여 청구절차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소비자단체들도 가입자 편의를 위해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보험사들도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만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과잉진료를 줄일 수 있고 청구서류 전산 입력 부담을 덜어 행정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동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동의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은 이번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10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만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의료계의 강한 반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는 해당 법안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험사들이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의료기관에 진료명세서 청구 업무를 맡기는 것은 보험사 업무 부담을 의료계에 전가하려는 것이기에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청구 간소화 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면서 법안은 다음 국회에서도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청구 간소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는 통과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두고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면 보험사의 비용부담이 줄고 가입자의 편의도 확대되기에 다음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의료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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