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 상황에서 중국 산시성 당국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응과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 브라질 방문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멈췄던 해외 경영행보를 4개월 만에 재개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후허핑 서기와 류궈중 성장과 면담을 가졌다.
앞서 지난해에도 이 부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외국 정상들과의 네트워킹을 확대해가며 '한국 대표 기업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 기업 총수로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각 국가와 기업 입장에서도 삼성은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라는 점에서 이런 활발한 행보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후허핑 서기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삼성이 예방 용품을 제공한 것에 대해 산시성 주민이 깊이 감사하고 있다"며 "현재 산시성의 경제와 사회 질서가 빠르게 회복됐고 삼성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도 양호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사태 예방에 한중 양국이 협력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이며, 삼성의 프로젝트를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도 삼성의 전염병 예방과 통제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현장에서 그는 임원들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중국 출장을 마친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결과물을 토대로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중국 출장을 통해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 만큼 앞으로 미국을 의식한 카드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는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미국 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투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20조원의 투자를 단행한만큼 트럼프 정부의 타킷이 되지 않을것이란 관측도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 행보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쌓아온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국내·외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D램·낸드)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복합위기에서도 이 부회장은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성장동력 마련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바깥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하며 삼성의 이익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의 이익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