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플레이 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좀처럼 시작되지 못했던 프로야구가 마침내 개막했다. 아직 바이러스의 확산이 종식된 것이 아니기에 현장응원은 어렵지만, 인터넷 중계가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천만 야구팬들의 갈증은 상당 부분 풀릴 전망이다. 또 다른 국민스포츠인 프로축구 리그도 비슷한 시기에 개막했다.
팬 말고도 누구보다 개막을 기다려온 이들이 있다. 바로 해당 리그의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는 시중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해외 유명 스포츠채널 등에서 각 리그를 중계하게 된 만큼, 종전보다 마케팅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 2019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KBO리그를 후원하고 있다. 올해엔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의 이름을 따 '신한은행 쏠 KBO리그'라는 이름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간 신한은행은 KBO리그를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해왔다. 선택한 구단의 성적과 야구 관중 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프로야구 적금과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총 8만7천722좌였던 정기예금 가입좌수는 지난해 11만2천680좌까지 늘었다. 정기적금도 2018년 12만2천574좌에서 12만2천817좌로 소폭 늘었다.
올해도 인기는 뜨겁다. 정기예금의 경우 리그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지난 3월 25일 출시됐는데, 불과 10일 만에 한도 소진으로 판매가 종료됐다. 같은 시기 출시된 정기적금의 경우 지난 4일 기준 5만5천좌가 판매됐다. 정기예금은 지난 4일부터 2차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상품 외에 상시 진행 콘텐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승리팀을 예측해서 맞출 경우 마이신한포인트를 지급하는 '쏠픽'의 경우 하루 평균 2만9천612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년 대비 202% 많아졌다. 야구 상식 등 퀴즈 이벤트인 '쏠퀴즈'도 하루 평균 전년 대비 188% 많아진 2만6천59명의 이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아직 오프라인 관람은 어렵지만 모바일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시청자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이 얻는 광고 효과는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야구 개막 주간인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국내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KBO리그 시청자수는 152만8천여명으로 지난해 개막 주간 대비 349% 늘었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KBO리그가 ESPN이라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채널에서도 중계가 이뤄지는 터라, 해외 주요국에 '신한은행'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PN은 지난 5일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개막전을 중계했는데, 생방송과 재방송을 합쳐 모두 7만6천여명이 해당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프로야구가 해외에서도 방송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브랜드 광고 노출 효과가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집관을 하고 있는 야구팬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또 다른 국민스포츠인 축구에 꽂혔다. 하나은행은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의 공식 후원사다. 리그의 정식 명칭은 '하나원큐 K리그'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오고 있다.
K리그 또한 KBO리그처럼 올해 영국, 독일, 터키, 브라질 등 36개국에서 중계가 이뤄지는 만큼, 하나은행도 덩달아 광고 효과를 보게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수원과 전북의 공식 개막전은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생중계 됐는데, 두 플랫폼의 누적 접속자는 360만명에 달했다. 국내 포털의 경우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리그가 개막함에 따라 하나은행은 관련 이벤트도 활발히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하나카드에선 '축덕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K리그 22개 구단 전경기 입장권 할인과, 굿즈들을 판매하는 'FAN SHOP' 할인 혜택이 담긴 카드다. 지난 13일 기준 축덕카드는 20만1천140좌가 발급됐다. 유관중 경기가 진행될 경우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K리그, 축구 유튜버 등과 바이럴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이밖에도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대전하나시티즌' 창단기념 적금을 출시했다. 유소년 축구발전을 위해 적금 판매좌수당 1천원을 적립하는 게 특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대전시로부터 '대전시티즌 투자유치 제안서'를 받은 이후 양해각서 체결 등의 과정을 거쳐 '재단법인 하나금융축구단'을 설립했다. 공식 창단식은 지난 1월 개최됐다.
우리은행은 신한·하나 두 은행과 다르게 'E스포츠'에 주목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5일부터 4월 16일까지 진행된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인 LCK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해 1월 라이엇게임즈와 스폰서 조인식을 갖고, 2019스프링스플릿, 2019서머스플릿, 2020스프링스플릿, 2020서머스플릿 등 4개 대회의 타이틀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현장 이벤트 외엔 예·적금 등 별다른 금융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E스포츠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된 연령층이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등이라 금융상품의 직접적인 고객층이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플랫폼을 통해 경기 영상이 재생산되는 E스포츠의 특성상 저연령층에게 우리은행이라는 존재감은 확실히 각인이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이용하는 주된 연령층은 10~20대라, 금융상품을 홍보하기보다는 우리은행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게 더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이었을 것이다"라며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은행의 로고 등이 계속해서 노출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광고 효과가 매우 컸을 것이라 본다"라고 설명했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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