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해 대리점과 사전 협의 없이 수수료를 변경해 논란이 됐던 남양유업이 이를 계기로 대리점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 정부의 인정을 받게 됐다. 특히 국내 최초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남양유업에 대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공정위가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이번 일은 앞서 남양유업이 지난 2013년경 소비자 불매 운동에 휘말리면서 대리점들의 매출이 감소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양유업은 2014년 수수료율을 2.5%p 인상했다가 2016년 1월에 대리점과 충분한 협의 없이 수수료율을 2%p 인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매출 하락으로 대리점의 어려움이 발생해 농협 납품 수수료율을 한시적으로 인상했다가 매출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수수료율을 원복시켰다"며 "이로 인해 대리점과 사전 협의가 없다는 내용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고, 자발적으로 대리점을 위한 시정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공정위의 심사 중에 지난해 7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11월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한 후 이번에 최종 확정했다. 이번 동의의결은 남양유업이 대리점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진시정방안을 토대로 마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남양유업과 협의를 거쳐 잠정동의의결안을 올 초 마련한 후 40일간 이해관계인과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잠정안에 대해 이견을 제출한 곳이 없어 최종 심의를 거쳐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의의결의 주요 내용은 ▲대리점 단체구성권 보장 ▲중요 거래조건 변경 전 개별 대리점 및 대리점 단체와 협의 의무화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 시범 도입 등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협력이익공유제다. 협력이익공유제란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나누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이 제도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반대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남양유업은 이번에 자율적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최초 도입해 상생을 위한 거래구조를 만든다. 또 농협 납품 시 발생하는 순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이익을 대리점에 분배한다.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1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1억 원을 최소 보장금액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본사와 대리점이 이익 증대라는 목표를 공유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상생협력 문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거래구조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대리점 단체의 교섭권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계약서에 정한 중요 조건 변경 시 상생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리점 단체의 협의 및 동의를 얻는 절차를 마련한다. 여기에 본사가 공정거래법령 등을 위반할 경우 대리점 단체는 근거와 함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해 공정거래법령 준수에 관한 감시∙감독 권한을 보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대리점 단체에 매월 200만 원의 활동비도 지급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복지 정책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남양유업은 2013년에 유업계 최초로 대리점 자녀 장학금 제도를 도입해 8년간 누적 8억 원의 장학금을 607명의 대리점주 자녀에게 지급한 바 있다. 앞으로는 기존 시행 중인 장학금 제도 기준을 완화해 수혜 범위를 20% 늘릴 계획으로, 연간 1억4천40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대리점주 질병∙상해로 인해 위기에 처한 경우 '긴급생계자금'을 무이자 대출하는 제도와 장기 운영 대리점 포상, 자녀∙손주 출생 시 분유 및 육아용품 지원도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남양유업은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농협 위탁 수수료율을 유지한다. 또 도서 지역과 영세 점포 거래분에 대해서는 수수료율 2%p를 추가 지급한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은 매년 12월 농협에 납품하는 4개 유업체 중 농협 위탁수수료율 상위 3개사의 수수료율 평균을 조사할 계획이다. 또 만약 남양유업이 지급하는 수수료가 조사한 평균보다 낮으면 다음 연도 1월부터 상향 조정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5년간 대리점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하고 중요 거래조건 변경 시 개별 대리점 및 대리점단체와 사전협의를 강화하며 영업이익의 일부를 대리점과 공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며 "이번 동의의결로 대리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거래질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5년간 남양유업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매년 6월 말 남양유업으로부터 각 시정방안의 이행 여부를 보고 받고 동의의결안이 충실히 이행되는 지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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