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재계가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수요 위축에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재발 우려에 또다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대국 간 무역전쟁으로 세계교역이 줄면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즉흥적 대응이 기업들을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관련 발언들이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들은 투자부터 장기전략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손 놓고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관세 등을 통해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또 한 번의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를 몰고 오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실수였든 고의였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중국의 책임이 크다며 "중국으로부터 보상을 받기 위해 1조달러(약 1천200조원) 상당의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일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나 다른 조치 등 중국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한국의 전체 수출 중 미중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이다. 특히 중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 해외 계열사 2천580곳 중 중국에 있는 해외 계열사가 398곳(15.4%), 미국은 346곳(13.4%)이었다. 중국과 미국 소재 계열사는 일본의 89곳(3.4%)보다 각각 4배 정도 많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상황에 기업들의 이익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CXO연구소의 분석이다.
선진국 간 무역전쟁으로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타격을 입게된다. 국회예산처가 작성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조치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는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로 철강의 수출 손실액은 2022년까지 최대 28억5천만달러(3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한 취업유발 손실은 최대 1만5천12명이다.
또 세탁기의 수출손실액은 올 연말까지 최대 8억8천만달러(약 9천800억원), 태양광전지의 수출손실액은 2021년까지 4억7천만달러(약 5천300억원)로 추정됐다.
장기적으로는 두 나라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한국기업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재개될 경우를 대비해 한국 기업들이 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중국 시장을 대체할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경영전략을 전면 수정하면서 생존을 건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부진한 가운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다. 위기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주요 그룹은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
A그룹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블랙홀처럼 출현한 코로나19 발(發)에 이어 미중 무역전쟁까지 불확실성의 늪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며 "그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국내외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 리스크는 심상치 않다"고 했다.
불황기 이상의 저성장기 국면에서 기업들은 당장 살고 죽는 문제가 최대 관심사가 된 셈이다. B그룹 관계자는 "사실상 저성장기 진입시점으로 볼 수 있는 경영환경속에서 코로나19 이후 무역전쟁까지 몰아치자 기존의 사업방식과 운영으로는 해빙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경영키워드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생존'으로 모아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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