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다가 보안 문제로 주춤한 줌(Zoom)이 최근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로 오라클을 선택해 배경이 주목된다.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을 이끄는 기업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다. 오라클은 틈새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 정도다. 그런데도 줌이 오라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라클은 지난달 29일 줌이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를 도입해 매일 7페타바이트(PB)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화상회의 서비스의 이용자 급증에 따른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후로 줌의 화상회의 일일 사용자는 1천만명에서 3억명까지 늘었다.
특히 보안 역량 강화 목적에 무게가 실린다. '줌바밍(Zoombombing)'과 같은 보안 문제에 휩싸였던 줌은 여러 보안 조치를 취했지만 우려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보안 논란이 지속될 경우 대형 기업 고객 유치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에릭 위안 줌 최고경영자(CEO)도 오라클 클라우드를 택한 배경에 대해 "OCI의 장점인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 뛰어난 성능, 탁월한 비즈니스 지원 역량이 줌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라클은 OCI가 보안에 특화된 '2세대'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강조해왔다. 한발 더 나아가 향후에는 줌이 오라클을 통해 대기업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란 예상도 나온다. 대기업은 오라클의 주 고객이다.
또한 줌의 결정은 AWS 클라우드 등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경쟁 상대인 MS, 구글을 의식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줌은 AWS와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많은 서비스 트래픽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오라클 클라우드를 택함으로써 AWS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MS와 구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화상회의 서비스에 적극 나서면서, 줌의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MS 협업 솔루션 '팀즈' 사용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구글은 지난달 말부터 화상회의 솔루션 '구글 미트'를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다. AWS 역시 '아마존 차임'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 회사 모두 사실상 줌의 '라이벌'인 셈이다. 아마존과 경쟁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 AWS 대신 MS 애저를 선택한다는 말이 오버랩된다.
줌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추가한 것이 AWS를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오라클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오라클은 AWS, MS와의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오라클의 점유율은 AWS, MS, 구글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심지어 IBM에도 밀린다.
크레이그 로워 가트너 리서치 수석부사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를 통해 "줌과 오라클의 거래는 기술보다 마케팅 측면에서 더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줌과 같은 인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마케팅 등 측면에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국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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