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으로의 피인수를 앞두고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밝히면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현재의 고용안정을 위해 제주항공 사측과의 고용유지협약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사측이 인력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하지 못하고 발표 시기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사측에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어서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을 위해 직원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주항공과의 고용유지협약을 추진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들이 현 사업주인 이스타항공 사측과 고용유지협약을 진행하지 않고 이스타항공 인수 후 사업주가 될 제주항공 사측과 고용유지협약을 진행하는 이유는 먼저 이스타항공 사측이 말을 바꾼 데다 고용을 유지할 의지가 없어서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최초에 작년 12월 처음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인수 관련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때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가 고용승계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19가 터지고 하면서 유야무야 없어지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스타항공 사측은 구조조정 대상을 결정하는 노사협의회 대표자들을 거의 사측이 지명해 구성했다. 이스타항공의 유일한 노조인 조종사노조를 배제하는 등 현장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넣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원래 기업이 매각되면 일단 기본적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이스타항공 사측에서 하지 않으니 실제 오너가 될 제주항공 측에 고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걸 요청해서 협약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제주항공 측과의 협약을 통해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으로 일단 넘어가면 제주항공은 고용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 2천억 원을 지원하는 것은 고용을 유지하라는 의미다"면서 "정부 기조도 고용유지를 통한 안정에 있다"고 얘기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손명수 국토교통부 차관은 국내 9개 주요 항공사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항공사 스스로 고용 안정 노력이 있어야 현재의 위기에서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정부로부터 400억 원의 LCC 지원금에 더해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 최대 2천억 원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더불어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을 종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제주항공에게도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항공기 보유대수를 계속해서 확대해 온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MOU 체결 이후 갑자기 기재 축소 계획을 밝히고 리스 만료기간이 많이 남은 항공기들을 반납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이스타항공 사측에서 이미 계약 해지를 통보한 이스타포트 노동자들도 제주항공의 고용 승계 결정에 운명이 달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스타포트는 이스타항공 국내 여객조업을 담당했는데 폐업이 결정되면서 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처럼 화살이 제주항공으로도 향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제주항공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부실덩어리인 이스타항공을 구조조정 없이 모두 떠안으면 동반부실에 빠질 우려가 있다. 제주항공 측이 당초 기대했던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은 시장이 호황에 접어들 것을 전제한 것인데, 현재 항공산업은 언제 회복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사측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사협의회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지만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도 진행을 했는데 사측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조 측은 임금과 관련해 좀 더 양보할 수 있으니 구조조정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면서 "저희는 구조조정 인력 수치나 이런 것들이 어디서 어떤 정도 수준이 필요한지, 근거가 뭔지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제출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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