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2분기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거라고 판단한다. 코로나19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3분기와 4분기에도 힘든 시간이 계속될 수 있다."
1분기 코로나19 여파에도 호실적을 거둔 LG전자가 2분기 이후 실적 감소를 우려했다. 북미·유럽 등 LG전자의 매출 의존도가 큰 지역이 코로나19로 전반적인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국내 시장에서의 마케팅 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글로벌 곳곳의 생산 거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매출 감소세를 줄이는 데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29일 1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글로벌 실물경제 지표는 1분기보다 악화될 것이며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퍼펙트 스톰' 수준"이라며 "락다운 및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5월 초중순을 정점으로 조기 진정되면 사업 영향은 우려보다는 제한적이겠지만, 장기 국면에 도입하면 수요·공급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모든 기업들에게 아주 어려운 사업 환경으로 이번 국면에서 어떤 사업부가 영향을 덜 받고 더 받을지에 대해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이지만 내부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표현을 조심스러워했다. 2분기 실적 감소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축포를 터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컨퍼런스콜은 1분기 실적 향상으로 인한 낙관보다는 향후 실적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더 짙었다.
이번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H&A(생활가전)사업본부에 대해서도 신중론은 이어졌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지역은 2분기 매출 추가 감소 위험이 크다"며 "북미와 유럽에서는 확진자 증가세가 감소 추세지만 매장 폐쇄와 통행 제한이 지속되고 있고, 중남미·러시아 등도 매장 폐쇄가 연장됐으며 국가 봉쇄도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외 시장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이미 올해 1분기 LG전자 전체 생활가전 매출 중 해외에서 거둬들인 비중은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정점에 다다른 4월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50%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회사 측은 예측했다. 이에 2분기 생활가전 사업은 국내 시장에서의 각종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것이 LG전자의 계획이다.
LG전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4월 기준으로 에어컨 역신장 폭은 크지만 냉장고나 세탁기, 건조기 등은 신장하고 있다"며 "B2B 에어컨에서 빠지는 부분을 B2C인 냉장고, 세탁기에서 만회하는 추세이며, 5월이나 6월이 되면 전년 수출의 매출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들 '신가전'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최대한 수익을 내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해외 매출 비중이 90% 이상에 달한다. 그만큼 해외 시장 위축으로 인해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부가가치 사업인 OLED TV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이다. LG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수요가 줄고 있어 OLED TV에 대한 생산 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OLED TV의 비중이 전년 대비 수량·금액 면에서 의미 있게 증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LG전자는 이처럼 해외 매출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별로 다르게 취해지고 있는 이동제한 조치 등에 맞춰 비용 축소, 재고 조절 등의 노력을 하겠다"며 "또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장 환경과 소비자 수요 패턴 변화 등을 잡아내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과 전장부품 사업은 지속적으로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오는 5월 15일 출시되는 'LG 벨벳'을 비롯해 5G 스마트폰을 토대로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전장부품 사업은 원가 개선 활동과 자원 투입 최적화 등을 통해 조기 흑자 달성을 준비한다.
LG전자 관계자는 "VS사업본부가 1, 2분기 적자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나 이는 매출 차질에 의한 것이고, 사업 펀더멘털은 강화되고 있어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흑자 전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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