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비전 2030'을 꺼낸지 1년이 지났다.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쟁자들과 손을 잡는 등 반도체 1위 목표달성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24일 '삼성 반도체 왕국' 완성의 마지막 퍼즐로 총 13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30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의 성장 로드맵'을 세웠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선대가 다진 메모리 초석 위에 비메모리 사업도 우뚝 세우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행보로 내다본다. 메모리 특수를 주도하며 국가 경제를 떠받쳐온 삼성이 더 큰 시장인 비메모리에서도 새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동시에 키우는 '투트랙' 전략으로 집약된다.
이를 위해 팹리스 분야에 73조원, 파운드리 분야에 60조원이라는 초대형 장기투자를 결정해 비메모리 선두주자인 인텔, 퀄컴, 애플, TSMC 등을 추월해 명실공히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동시 석권하겠다는 '큰 그림'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대적 설비 확대로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73조원 규모의 R&D 투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약점인 팹리스 분야에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와 이미징센서를 중심으로 팹리스 시장 공략을 강화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제는 허약한 비메모리사업을 끌어올려야 이 부회장의 계획한 로드맵이 완성된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파운드리 분야에 60조원의 장기투자를 통해 대만 TSMC를 제치겠다는 목표를 구체화했다. 지난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약 54.1%의 점유율로 15.9%인 삼성전자를 크게 앞서 있다.
삼성전자는 미세공정에 대한 기술 수준은 TSMC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TSMC의 승부처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고도화라고 보고 있다. 실제 양사의 파운드리 로드맵을 보면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부터는 삼성전자가 미세하게 앞서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등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위해 협력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칩 설계 작업부터 협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AP 공급선을 넓히고 있어 구글과의 협력 이후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 계약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사와 협력하는 삼성전자의 모습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퀄컴이 스마트폰 등 기기를 5세대 이동통신(5G) 무선 데이터망에 연결하는 차세대 5G 모뎀칩 '스냅드래곤 X60'를 발표한 가운데, 외신이 삼성전자가 일부 X60의 파운드리 계약을 따냈다고 전했다. 파운드리 업체들에게는 글로벌 1위 팹리스 업체인 퀄컴은 핵심 고객사로 통한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전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부회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어떤 고객 제품을 만든 경험이 있는가, 즉 레퍼런스가 중요한데 퀄컴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것은 그런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공정 노하우가 쌓일수록 경쟁력이 강해지는 파운드리 사업의 특성상 삼성은 이미 메모리 시장에서 30년 이상 꾸준한 투자로 세계 1위를 굳힌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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