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지만, 장기적인 시황을 고려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수요가 급격하게 밀려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는 다른 업종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3천458억 달러(약 420조8천300억 원)로 전년보다 4%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경우 불확실성이 커져 새로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로서는 장기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 코로나19 속에도 자신감…'초격차' 이어간다
"2020년을 재도약 발판의 원년으로 삼아 글로벌 1위를 확고히 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주총에서 전한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지던 시기임에도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김 부회장은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 산업 성장, 데이터센터 투자 증대, 5G 통신망 확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는 성장할 것"이라며 "EUV(극자외선) 7나노 공정과 1억 화소 이미지센서 등으로 초격차 기술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초격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메모리 양산 체제를 갖추고, EUV 공정을 적용해 생산한 1세대(1x) 10나노급(nm·10억분의 1m) DDR4 D램 모듈 100만 개 이상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
EUV는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 광원을 활용해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다. 10나노 미만으로 선폭이 좁아지는 미세공정에서 기존의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EUV 노광 기술을 적용하면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이며, 패터닝 정확도를 높여 성능과 수율을 향상하고 제품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공장 증설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안 2공장 증설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반도체사업부 임직원 200여 명을 급파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협의를 통해 이뤄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시안 2공장을 짓는 데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지난해 말에는 8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전한 바 있다. 추가 증설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이곳에서 생산되는 낸드플래시는 월 13만 장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등에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전통적인 메모리 시장 강자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메모리 1위를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이미지센서와 파운드리(위탁생산)다. 현재 6억 화소 이미지센서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6천4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개발한 데 이어 6개월 후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출시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노나셀' 기술로 감도를 2배 높인 1억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출시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초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1인자인 대만 TSMC와의 7나노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미세공정 개발에 유리한 EUV를 먼저 활용해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2030년까지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D램에 의존하는 SK하이닉스…이석희 사장 '의존도 낮추기' 속도
"2020년을 진정한 업계 최고 기업(Best-in-Class Company)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원가경쟁력 강화와 자산효율화 극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지난달 주총에서 "지난해에 개발한 D램과 낸드의 차세대 제품을 연내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판매를 확대해 원가경쟁력을 제고하겠다"며 "고도화된 품질관리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 1등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EUV 공정을 D램에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에 EUV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며,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매출에서 D램 비중은 70~80%를 차지하고 있어 업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경향이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5G, AI, 자율주행차, IoT 등 첨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SK하이닉스 실적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램 매출은 20조3천억 원, 낸드플래시 매출은 5조1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37%, 31% 줄었다. 반면 기타 항목 매출은 2018년 6천500억 원 수준에서 1조6천억 원으로 139%나 늘어났다.
기타 항목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포함하는데, 이미지센서 부문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4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D램의 매출 비중은 기존 80%에서 지난해 75%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로 분사하는 등 파운드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아직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준공, 연말 양산이 목표다.
최근에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 부문 인수에 나섰다. 매그나칩은 지난 2004년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영난으로 매각했던 비메모리 사업부분이 모태인 회사다. 투자자로 참여한 만큼 경영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향후 경영권을 인수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미지센서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자사 이미지센서 제품을 '블랙펄'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올 들어 800만~2천만 화소의 중급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인 바 있다. 하반기 내로 0.8㎛의 픽셀 크기로 4천800만 화소를 구현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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