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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떠난 삼성물산 패션부문 2년차…코로나19 변수에 적자전환


실적개선 흐름 와중 '코로나19' 직격탄…온라인·여성·해외 '올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2년차를 맞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변수를 맞으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서현 전 사장(현 삼성복지재단 대표)이 떠나면서 201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첫 해 성적표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적자라는 벽에 부딪혔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분기 매출 3천570억 원, 영업손실 31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었고, 영업이익은 380억 감소해 적자전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온라인, 여성복 부문의 매출이 좋으니 이를 중심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개선 '드라이브' 중 만난 암초…'선택과 집중' 이어갈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2018년 연말 이서현 전 사장이 물러난 후 박철규 부문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첫 해의 경우 성공적으로 평가됐다. 박 부문장은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매출 1조7320억 원, 영업이익 32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8년 대비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8% 끌어올리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이는 박 부문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박 부문장은 취임 직후 YG엔터테인먼트와 2014년 합작 투자해 설립했지만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한 캐주얼 브랜드 '노나곤'을 운영하던 '내추럴나인'을 해산시켰고, 20년 동안 운영해 오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국내 라이선스 사업도 정리하는 등 과감하게 저실적 사업을 정리했다.

이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다시 한 번 손잡고, 국내 대표적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잡았지만 30년이라는 역사 속 '중후한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하던 '빈폴'에 손을 댔다.

빈폴은 1960~70년대 한국의 정서를 담은 '한글 로고'를 도입했고, 같은 기간 건축물의 특징을 살린 신개념 매장을 선보였다. 또 상징과도 같았던 '자전거 로고'도 과감하게 리뉴얼하고 스트리트 패션에 레트로 감성을 담은 '890311'을 선보여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브랜드에는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9년 론칭 후 줄곧 시니어 여성복 시장 선두에 위치해 온 '르베이지'는 지난해 10주년을 기념하는 패션쇼, 캡슐 컬렉션 론칭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또 '구호'의 세컨 브랜드 격인 '구호플러스'를 론칭하고, '준지'와 '플랜씨' 등 여성복 브랜드는 단독 매장을 여는 등 적극적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업계의 주목을 끌어온 바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실적을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개선 과제 남아있어…'에잇세컨즈' 포기하지 않아

박 부문장은 취임 직후 빠른 행보를 보이며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낮은 영업이익률은 과제로 꼽힌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난 2017년 1.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래 2018년 1.4%, 지난해 1.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경쟁사로 꼽히는 한섬, LF는 꾸준히 6~7%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론칭한 '에잇세컨즈'의 부진이 뼈아팠다. '에잇세컨즈'는 '8초 안에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명에서 제품 디자인, 매장 콘셉트 등에 이 전 사장이 직접 관여하는 등 야심찬 행보를 보여 왔지만, '자라' 등 업계 강자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며 론칭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진출 2년 만에 사드 사태 등의 악재를 맞아 200억 원대의 적자를 내며 철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에잇세컨즈'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의 수익성 개선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박철규 부문장]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의 수익성 개선을 자신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박철규 부문장]

이에 대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의 성장을 자신하며 철수설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여성복 비중을 늘리고 신상품 출시 주기를 단축하며 고객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으며,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소통 행보를 이어가 매출 개선 및 '규모의 경제' 구축을 위한 확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 같은 적극적 시장 공략 행보 속 지난해 '에잇세컨즈'는 14%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올해 3개 매장을 개점하며 총 51개 매장을 갖췄으며, 향후 매장을 점차 늘려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에잇세컨즈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속 온라인·여성복 '선방…실적 개선 노력 이어갈 것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온라인·여성·해외를 중심에 둔 사업 전략을 꾸준히 전개해 실적 개선을 도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온라인 사업부문의 실적은 지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톰브라운' 등 글로벌 브랜드를 온라인 샵인 'SSF샵'에 입점시키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힘과 함께 라인업 퀄리티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또 이 같은 라인업 확장이 2030 여성 고객의 유입을 이끌었으며, 타 제품 연계 구매로도 이어졌다.

여성복 사업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정욱준 크리에이터와 손잡고 지난 2007년 론칭된 이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준지'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에 여성 상품 단독 매장을 선보였으며,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 '플랜씨'의 단독 매장도 여성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며 현대백화점 본점 3층에 단독 매장을 여는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는 2023년까지 '빈폴'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는 2023년까지 '빈폴'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여성복을 중심으로 한 온·오프라인 병행 성장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SSF샵을 적극 활용해 온라인 매출 비중을 더욱 끌어올리고, '구호플러스', '그린 빈폴' 등 온라인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준지'와 '플랜씨' 등 시장에 자리잡은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는 등 관련 시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간다. 리뉴얼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빈폴'의 국내 1위 캐주얼 브랜드 자리를 공고히함에 이어 오는 2023년까지 중국·베트남·북미·유럽 등 시장으로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 '구호'와 '준지' 등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과 함께, 소비자 패턴을 분석해 알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준지', '플랜씨' 등의 브랜드는 단독 매장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며 여성복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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