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채권단이 두산 오너일가의 보유지분을 담보로 두산중공업에 1조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 가운데, 정작 이들 보유주식 99%가 이미 타 금융권에 담보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채권단은 오너일가의 (주)두산 보유주식 720만주 중 '8주'만 선순위 질권설정에 성공했다. 채권단은 이들을 겨냥, "집 빼고 모든 자산에 담보제공 및 처분권을 넘겨야 한다"며 ▲대주주 참여 3자배정 방식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대주주 지분이 높은 솔루스·퓨얼셀 매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달 말 두산중공업에 운영자금 지원을 대가로 오너일가가 보유한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에 대해 담보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하던 주식 상당수가 이미 다른 금융권에 담보를 잡힌 상태였다.
결국 채권단은 박정원 회장 등 27명이 보유한 (주)두산 주식 720만8천417주 가운데 박지원 두산 부회장의 주식 '8주'만 가까스로 질권을 설정했다. 나머지 720만8천409주는 후순위 주식 근질권 설정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보유한 두산중공업 보유주식에 대해서는 담보조차 설정하지 못했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두산솔루스 주식 1천460만2천91주 가운데 박정원 회장 지분 9천824주, 박지원 부회장 535주 등 총 1만359주(0.07%)만 선순위 질권설정했다. 나머지 주식은 후순위로 밀렸다. 두산퓨얼셀도 오너일가 보유주식 중 0.07%에 대해 선순위로 질권설정했다.
문제는 두산 계열사의 주가하락으로 인해 타 금융권에 담보 잡힌 주식마저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는 주식담보 대출을 제공할 때 통상 150%의 담보유지비율을 적용한다. 금융사는 주가하락에 따른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담보를 매각해 손실을 보전하는 반대매매를 실시한다.
시장에서는 두산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과정이 진행될 경우 채권단이 확보하게 될 담보권 자체가 후순위이다보니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제1원칙으로 오너일가의 고통분담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채권단은 총수일가가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두산솔루스와 퓨얼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를 국내 중견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 넘기는 것을 두고 협상 중이다. 두산퓨얼셀 매각도 두산그룹의 자구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주주만 참여하는 3자배정 방식으로 추진을 검토한다. 두산중공업의 주식은 4천원 수준으로 액면가(5천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액면가 이하 증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말 주총에서 수권자본 규모를 늘리며 실탄확보 채비를 마쳤다.
결국 대주주들은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두산중공업 신주를 인수해야 하는 만큼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두산그룹은 현재 솔루스·퓨얼셀 매각, (주)두산 분할 이후 두산중공업 합병, 인력 구조조정 등의 자구안 마련을 진행 중이며 오는 15일 총선 전후로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이날 "오너일가의 담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후순위라도 담보를 제공받은 것에 의미가 있다"며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오너일가의 고통분담이 전제되지 않으면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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