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국내외 완성차 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부품업계도 이에 따른 납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부품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완성차 공장이 정상적인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국내와 중국 공장은 어느 정도 정상 가동에 들어간 상태지만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이에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이달 13일부터 17일까지 휴업에 들어간다. 투싼의 수출 주력 시장인 미주와 중동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현지 딜러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의 해외 공장은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셧다운(가동 중단)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공장도 같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부품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국내외 완성차 공장들의 셧다운으로 완성차 생산이 줄어들면서 부품도 평소처럼 납품하지 못하니 인건비 등 고정비만 나가게 생겨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2월에는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 부품업체가 코로나19 때문에 부품을 국내로 들이지 못해 일시적으로 애로를 겪었다"면서 "지금은 해외 완성차 공장들이 며칠씩 셧다운 되니까 부품업체들이 국내 완성차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도 납품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이번 달 수출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도 "완성차의 1,2차 협력업체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출이 20~30% 정도 줄었다고 했다"면서 "공통적으로 유동성이 악화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5사의 공장 가동률을 80%로 가정했을 때 관련 벤더사인 부품사는 평균 가동률이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60%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유동성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같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현재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서는 부품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정부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중이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유동성 위기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자동차 시장이 수요를 회복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그동안 침체됐던 자동차 수요가 일시에 늘어나서 빠른 시간 내 회복될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경기 침체가 계속돼 소비력이 떨어지고 자동차 구매가 한동안 침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부품업체들은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마이너 3사의 판매 부진에 따른 납품량 감소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자동차 시장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중소 부품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상위 부품사들은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라 완성차 공장 가동이 정상화하는 시점에 빠르게 영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동 공백 기간에 따른 업체별 실적 저하폭과 대응 수준이 업체별 생산과 판매 기반, 재무역량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금흐름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중소기업들은 충분한 운전 자본을 확보할 여력이 부족하고 완성차 생산 중단으로 당장 매출이 끊기면 대금지급 부담, 금융권의 크레딧 축소 등의 압박이 현실화하면서 유동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면 생산 조정이 불가피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필요로 할 수 있고 한계기업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업계 내 통폐합과 생태계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L자형 침체가 지속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상의 충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2~3차 부품 협력사들이 더 큰 유동성 위기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주요 자동차부품기업 108개를 대상으로 2017~2019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업계의 경영난 심화가 지속돼 왔다.
영업이익률 평균은 연도별로 각각 1.6%, 0.2%, 0.04%로 계속해서 줄었고 부채비율도 평균 152.7%에서 지난해 174.9%로 높아졌는데 400% 이상인 고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는 기업도 지난해 기준으로 10곳이나 된다. 또한 200%가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되는 유동비율이 평균 53.5%로 100% 이상 업체가 전무하고 50% 미만 기업이 49곳으로 단기 재무 건전성도 악화한 상태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국내 부품업체는 대기업 257곳, 중소기업 574곳이다. 특히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 각각의 납품업체 수는 2018년 기준 295곳, 227곳, 194곳으로 집계됐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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