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그래서, 5G로 할 수 있는 게 있어?"
지난주 한 지인이 건넨 말이다. IT분야에 오래 종사해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아는 그가 대뜸 "5G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물었다. "글쎄요..." 순간 자신 있게 말할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질문은 5G 상용화 1년이 지난 지금, 현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했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했다. 정부는 간발 차로 미국을 따돌리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낸 것을 자축했다. 이동통신 3사는 성대한 5G 단말 개통식으로 그들이 쏘아 올린 새로운 미래에 환호했다. 국내외 언론은 앞다퉈 이를 보도했고 사람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SNS 올라온 5G 관련 게시물에는 '호갱'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각종 사은품과 혜택으로 100만원이 훌쩍 넘는 단말을 구매하게 하더니 "될 때까지 기다리라" 한다는 푸념이다. 5G 체험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왜 터지지 않느냐", "대체 어디에서 쓸 수 있냐" 토로했다. 제대로 사용해 볼 수 없으니, 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리도 만무했다. 심지어 통신업계 종사자들도 잘 터지지 않는 5G 단말 교체를 꺼리기도 했다.
정부나 이통 3사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세계 최초 5G' 타이틀로 전 세계에 IT 강국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이후 '5G+전략'을 마련하는 등 5G 확산에 힘썼다. 정부 응원 속 통신 3사는 5G 커버리지 확대, 안정화에 속도를 냈다. 5G 기반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플랫폼 구축, 자율주행, 양자암호 등 각종 차세대 기술확보를 위해 국내·외 사업자와 동맹을 맺으며 안간힘도 썼다.
그렇게 1년. 여전히 사람들은 "무엇이 새로워졌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묻는다. 5G를 끄고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기 일쑤고, 오히려 5G가 잡히는 것에 신기해한다. 신규 단말이 나왔으니 구매하는 것이지, 5G 신세계는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LTE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말고 5G로 체감할 수 있는 특별한, 5G가 가져온다는 새로운 미래는 도대체 어디쯤 온 것일까.
튼튼하고 견고한 고속도로를 건설해 성대한 개통식을 치렀지만 가봤자 통행료만 비싸고 '소떡소떡'에 버금가게 구미 당기는 휴게소 음식도 없다면 이용할 이유가 없다. 중간중간 공사 중이어서 지방도로로 우회해야 한다면 몇천억이 투입된 고속도로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다. 아니면 갔다가 후회만 하거나.
물론 5G는 조금씩 안정화 되고 있다. LTE 상용 초기와 비교하면 전국망 확산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상상력이 좀 더 필요하다. 사람들이 5G에 먼저 다가가게 할 특색있고 완성도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이제는 나와야 한다. 적어도 "5G 쓰니 이런 게 좋고, 재미있더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송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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