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후불 시장 진출 및 확대에 속도를 낸다.
이들은 그동안 통신 3사 계열 알뜰폰과 경쟁을 피해 주로 선불 시장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군부대 휴대폰 보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해외 관광객 급감 등 주요 고객층 수요가 줄면서 후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음성에서 데이터로 통신 서비스가 재편, 10GB급 데이터 후불 요금제 수요가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도 후불 시장 공략은 필수다.
다만 통신 3사 계열 자회사 중심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50%에 이르는 망 도매대가 등으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지원책 마련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와이즈비전, 에넥스텔레콤, 코드모바일 등 선불 시장에 주력해온 알뜰폰 사업자들이 후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불 요금제에 집중해 온 아이즈비전은 지난 연말부터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후불 가입자 모집을 본격화 했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 후불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에는 KT 후불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에넥스텔레콤도 후불 요금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선불과 후불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반반이나, 선불 요금제는 가입자가 한정적"이라며 "가입자 확보에 더 지속성이 있는 후불 요금제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드모바일도 후불 요금제인 '기본료 0원 요금제(제로)' 출시를 통해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ARPU(가입자당 매출액이)가 높은 상품을 개발해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의 경우 스마트 기기용 상품을 비롯해 데이터를 한번 구매하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전용 상품 출시도 준비 중이다.
◆선불 시장 90%가 알뜰폰…6% 그친 후불 시장 '눈독'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후불 요금제 출시나 확대를 꾀하고 나선 것은 집중해온 선불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동통신 시장이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 것도 한 요인.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 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2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총 761만1천640명으로 이중 선불 요금제 가입자는 343만6천139명에 달한다. 전체 선불 시장 94%를 차지하고 있다. 또 후불 알뜰폰 요금제 가입자는 417만5천501명. 전체 후불 가입자 중 6.5% 수준이다. 이동통신사 주력 요금제인 후불 요금제 시장의 알뜰폰 비중은 여전히 낮다는 의미다.
또 기존 음성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사용자 소비행태가 변하면서 고용량 데이터 요금제 수요를 선불 요금제로 대응하기는 한계가 있다. 후불 요금제 가입자 충성도가 높다는 것은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이 된다.
선불 요금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들이 후불 시장으로 눈 돌리는 이유. 실제로 지난해부터 병사들 영내 휴대폰 반입 허용되고,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선불 수요가 하락하고 있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선불 요금제 주요 이용자인 해외 산업연수생과 단기 방문객이 코로나19로 감소하면서 장기 이용률이 높은 후불 요금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후불 시장 진출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후불 시장은 통신 3사 계열 알뜰폰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통신 3사가 제공하는 선택약정과 50% 수준인 망 도매대가 등으로 요금 경쟁력이나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
큰사람 관계자는 "후불 요금제를 늘려야 하는 게 맞지만 통신사 선택약정 할인, 통신 자회사 후불 요금제 수준이 워낙 좋아 사실상 경쟁이 어렵다"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50%에 이르는 망 도매대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뜰폰 데이터 요금상품은 수익 배분 도매제공을 방식을 적용한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 특정 정액 요금제를 그대로 재판매할 경우, 해당 요금제 가격 일정 비율을 이통사에 도매대가로 주게 된다.
가령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요금제 11GB 구간 대가는 50%, T플랜 요금제 도매대가는 1.5GB는 43%, 2.5GB 47.5%, 4GB 52.5%, 100GB 62.5%로 책정됐다. 6만원대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알뜰폰에서 판매하면 요금제 절반인 3만원을 통신사에 대가로 줘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광고비 등을 따져 3만5천원에 이 요금제를 판매할 경우 남는 게 없고, 이통사의 경우 선택약정 25% 할인으로 이를 4만원대에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차별점을 느끼기 어렵게 된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대용량을 이용하는 고객에는 통신 3사 선택약정 할인 등을 포함한 요금제 대비 알뜰폰의 가격 측면 장점이 크지 않다"며 "ARPU(가입자당 평균 수익)가 높은 우량 고객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송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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