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드론에 적용 가능한 운영체제의 핵심 기반 소프트웨어(SW)를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평가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2월, 하나의 장치에서 여러 운영체제(OS)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상화 기술인 '어스(EARTH)'를 개발, AI드론에 적용해 성공적인 비행시험도 마쳤다고 31일 발표했다.
'어스'는 미국 연방 항공청(FAA) 심사관(DER)으로부터 안전성 시험 과정을 거쳐, 국내 기관 중 최초로'DO-178C Level-A'를 인증받는 데 성공했다.
ETRI에 따르면 드론에는 크게 두 가지 필수 SW가 있다.
하나는 비행을 제어하는 SW이며 또 하나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SW다. 비행제어 SW는 실시간으로 즉각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임무수행 SW는 AI 미션과 같은 고성능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비행제어 SW와 임무제어 SW가 서로 다른 하드웨어(HW)에 탑재되었다. 만일, 같은 HW에서 각 기능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기능에도 문제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상 처리 장치가 고장나면 비행 담당 기능도 정상적인 작동을 못하고 드론이 추락해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별도로 두게 되면 기체가 무거워지고 전력소모도 많아지는 단점이 있다. 실시간 비행 제어와 빠른 계산 능력 등 고성능과 안전 모두를 확보해야 하는 AI 드론이나 탑승형 드론의 경우, 그 한계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ETRI 연구진은 가상화 기술을 이용, 난관을 극복했다.가상화 기술은 하나의 컴퓨터에 윈도우와 리눅스처럼 서로 다른 운영체제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장비 2개를 별도로 둘 필요 없이 한 장치에서 두 가지 기능이 통합되어 안정적으로 구동되도록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보드에 탑재가 가능해 장비 경량화도 이뤘다.
연구진이 개발한 '어스'는 64비트 멀티코어를 지원한다. 별도 HW에서 구동 시 임무 SW에서 비행제어 SW로 명령을 전달하는 지연시간이 1ms(밀리초)인데 반해 '어스'는 33.8㎲(마이크로초)이다.
AI와 같은 고성능 응용 구동의 경우에도 가상화로 인한 오버헤드가 3% 미만으로 기술이 우수하다.
아울러, 연구진의 기술이 획득한 등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 SW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다.
레벨A 수준의 등급은 유인 항공기를 비행하거나 엔진을 제어하는 것처럼 작은 오류라도 발생하면 자칫 재난 수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유인기 적용 대상 중 최상위 단계다.
연구진은 그동안 ▲듀얼 OS▲항공 운영체제▲초소형 운영체제 등 자동차, 비행기, 사물인터넷 등에 활용되는 임베디드 SW/HW 관련 연구를 지난 20여 년간 진행해오며 축적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본 안전성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AI 드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유인 탑승 드론, 자율주행 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에 적용도 가능하다. 보잉, 에어버스와 같은 상용 여객기에 적용되는 최상위 수준의 인증을 받은 이유도 향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것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채덕 ETRI 고성능디바이스 SW연구실 박사는 "연구진이 개발한‘어스’는 최종적으로 TSP커널 기반의 SW 이중화는 물론, 하드웨어 플랫폼 다중화를 통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항공청(FAA) 스티브 모턴 심사관도 "ETRI의 기술이 성공적인 인증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비행안정성에서 상당한 기술적 우위를 갖는다는 의미다"라며, "드론에 활용 가능한 기반 SW로 세계적 수준이며 향후 AI드론을 포함한 해당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비행 백업 제어 기능을 하는 경량 HW를 드론에 탑재해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차세대 드론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 및 상용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부터 본 사업을 통해 SCI 논문인 IEEE 엑세스(Access)에 발표했고, 핵심 기술 특허 3건을 출원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