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더욱 첨예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부터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 등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사내·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한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진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이 33.45%,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반(反) 조원태' 3자 주주연합이 31.98%으로 격차는 1.47%포인트에 불과하다.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었던 카카오가 최근 '중립'을 선언했다가 다시금 입장을 바꿨다.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신경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최대 쟁점은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지난해 12월 조원태 회장을 만나 한진그룹 명예회장 자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소유 목적을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단순 투자'로 밝혔는데, 이는 자본시장법상 허위 공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보유 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가운데 위반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이 날 경우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한진그룹은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등에 대한 조사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진그룹 측은 "권홍사 회장은 조원태 회장과 만남에서 본인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추천해줄 것과 한진칼 등기임원·감사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경영참가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것은 자본시장법에서 엄격히 규율하고 있는 시장질서를 교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반도건설 측은 당시 만남은 조원태 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반도건설은 "권홍사 회장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 이후 조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몇 차례 만났다"며 "조 회장은 만난 자리에서 도와달라는 여러가지 제안을 먼저 했는데, 이에 대한 권 회장의 대답을 몰래 녹음하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언론 기사에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이달 초 반도건설은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천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주주연합은 "한진칼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의결권 불인정 등 파행적 의사 진행을 예방하려는 방어적 법적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미리 대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앞서 양측은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대한항공의 리베이트 의혹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음 제기됐다. 당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프랑스 파리 고등법원 판결문에 에어버스가 대한항공뿐 아니라 세계 유수 항공기업에 항공기를 납품할 때 리베이트를 줬다는 내용이 나와있다"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되자 주주연합은 연일 성명서를 내고 조원태 회장의 개입 가능성이 높다며 "조 회장을 포함해 이 사건의 핵심에 있던 임원들은 현 직책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어떠한 관련도 없다"면서 "근거 없이 현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시켜 회사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채이배 의원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경영진이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치고, 리베이트를 배임 및 횡령한 혐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두고도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224만1천629주(3.8%)에 대해 주총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주주연합은 "자가보험과 사우회 모두 대한항공이 직접 자금을 출연한 단체로, 대한항공의 특정 보직 임직원이 임원을 담당하는 등 사실상 조원태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자가보험은 사내 인트라넷인 임직원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고 한진칼 주총에서 다뤄질 안건별 찬반 의견을 받을 계획"이라며 "찬반 비중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전자투표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첨예한 대립 속 한진그룹은 20일 '조현아 주주연합 그럴듯한 주장?…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팩트체크' 형식을 통해 주주연합 측의 주장들에 재차 반박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자료에서 한진그룹은 "폐쇄적 족벌경영의 대표격인 반도건설, 지배구조 최하위 등급을 받은 조선내화로부터 투자를 받은 KCGI, '땅콩회항'을 비롯해 한진그룹 이미지를 훼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투명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 가능성,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 등을 재차 지적했다.
주주연합 측도 즉각 자료를 내고 "한진칼이 주장하는 KCGI의 자본시장법 위반 주장은 정확하지 않은 지적으로, 사실과 다르거나 자본시장법의 문언과 규제 취지를 잘못 해석한 주장"이라며 "오히려 조원태 회장은 본인과 특별관계자 관계인 대한항공 자가보험 보유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해당 지분을 공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는 바, 자신들의 위법한 공시부터 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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