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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랜 만에 주말 나들이…카페 '웃고' 편의점·쇼핑몰 '울상'


'심리적 방역' 마친 주말 나들이객 인파 몰려…"밀폐된 실내보단 야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 몇 주 동안 주말에도 집에만 있고, 외출도 거의 하지 못했는데 화이트데이를 맞아 날씨도 좋고 확산세도 주춤한 것 같아서 가족과 함께 밖에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네요."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한강변 카페거리에서 만난 김정후(35·남) 씨는 얼마만의 외출이냐는 기자의 인사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돼 평소와 같은 주말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사라졌던 '주말 풍경'이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나들이객들은 오랜 '칩거'를 마치고 거리에 나섰으며, 오랜만에 상권도 활기를 띠었다. 다만 편의점은 '연중 대목'을 놓쳤고, 영화관과 대형쇼핑몰 등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의 상처 회복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날 찾은 남양주 카페거리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맑은 날씨의 영향 속 조금이라도 이름난 카페는 나들이객으로 가득했고, 한강변에 마련된 주차장에도 1주일 전과는 달리 자동차들이 들어찼다. 또 한강변에 마련된 산책로도 가족·연인의 손을 잡고 길을 거니는 사람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 곳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하던 최연수(22·여) 씨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도 위치 등 조건으로 손님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주는 확실히 많이 오신 것 같다"며 "몇 주 만에 바빠져서 몸은 힘들지만 일하는 기분이 들어 기분은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 인근 카페거리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 인근 카페거리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풍경을 제외하면 코로나19에 대한 '심리적 방역'은 여전했다. 거의 모든 나들이객들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있었으며, 카페 안에서도 음식을 먹을 때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 또 카페 직원들도 손님이 나간 자리를 세정제 등으로 소독하며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2인용 바이크 등 인근 레저 시설은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었다.

서울 시내 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몇 주 동안 인파가 사라지다시피 했던 강남역·이수역·홍대입구 등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만 편의점과 대형쇼핑몰 등 오프라인 점포는 이 같은 북적임을 함께하지 못했다.

서울 사당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용석(가명·65·남) 씨는 "지난달 밸런타인데이에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선물을 사 갔지만, 화이트데이 선물은 많이 안 팔렸다"며 "상황을 고려해 발주를 적게 했음에도 상품이 많이 남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씨의 말과 같이 편의점 업계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화이트데이 성적표를 제출했다. GS25는 화이트데이 행사 기간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6% 줄어든 매출을 기록했다. 젤리류가 18.9% 신장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캔디·초콜릿 등 과거 강세를 보이던 상품의 매출이 줄어들었다.

CU는 배달서비스 이용건수 기준 밸런타인데이 대비 2.5배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전체 매출은 지난해 화이트데이 대비 15% 줄어들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도 같은 기간 각각 15.6%, 15%의 매출 역신장을 기록했다.

이마트24는 젤리류와 와인 매출의 대폭 증가 속 매출액 9% 신장을 기록하며 '나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캔디·기획상품 등 화이트데이 관련 상품은 14%의 매출 감소를 보여 마찬가지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화이트데이는 코로나19 사태 및 요일지수 등의 요인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한 매출 흐름을 보였다"며 "틈새 시장을 공략한 차별화 상품 외에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점포 앞에 화이트데이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서울 시내 한 편의점 점포 앞에 화이트데이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서울 시내 영화관 등 실내 공간은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CGV는 화이트데이 대목임에도 손쉽게 황금시간대 영화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고, 몰 내에서도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또 평소 이맘 때면 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식당가에도 빈 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이파크몰 내 식당가에서 주문을 받던 종업원 유민지(가명·26·여) 씨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확진자 방문으로 인한 휴점 관련 기사가 많이 나온 대형 쇼핑몰이라 그런지 손님이 더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그래도 오늘은 절반 이상 차 있으니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기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자 수 증가세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있으니, 하루 빨리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청정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지난 15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 및 경북 일부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이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7번째며, 자연재해가 아닌 감염병으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는 것은 사상 최초다.

정세균 국무총리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조치는 정부가 대구·경북 지역의 위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조기 극복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진행 중인만큼 지역의 피해 상황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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