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 홍콩 시위 사태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항공업계가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퇴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이 끝나고 나면 버티지 못하는 항공사들 자체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發) 확산에 각국이 방역을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하늘길이 꽉 막혔다.
지난 2월 전국공항 수송실적을 살펴보면, 여객은 398만9천 명으로 전년동월 747만3천 명 대비 46.6%나 급감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전년동월대비 37.6% 줄어든 반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는 전년동월대비 57.1%나 줄어들며 큰 폭의 여객실적 감소를 보였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객수요 급감은 과거 9.11테러(-10.0%), 사스(-39.6%), 금융위기(-17.6%), 메르스(-15.0%) 등과 비교해 유례없는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사태로 이익체력이 낮아진 국적 항공사 입장에서 최악의 업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월 예약률도 전년동기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돼 위축된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주를 제외한 전 노선 수요가 급감했는데, 중국과 일본은 감소폭이 각각 70%와 50%를 넘어선다. 동남아도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수요 급감에 따라 항공사들은 해당 노선들을 운항 중단하거나 감편했다.
수요가 급감한 노선들이 단거리다보니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그 타격 범위가 컸던 곳은 역시 LCC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원지였던 중국을 포함한 주변 지역을 넘어, 미국과 유럽에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FSC들에 대한 타격도 점차 가시화됐다.
이에 LCC들이 연이어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현재 LCC 가운데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인천발 도쿄, 오사카), 진에어(인천발 세부, 조호르바루) 뿐이다. 이스타항공은 아예 국내선까지 중단돼 셧다운에 들어갔다. FSC인 대한항공도 국제선 여객 노선 기준으로 원래 운항하던 주간 운항횟수 920회의 80% 이상이 운휴에 들어간 상태다.
결국 FSC와 LCC를 막론하고 항공사들은 유휴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희망퇴직·휴직뿐 아니라 무급휴직, 급여반납 등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항공사들이 현재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손쉽게 자구책으로 쓸 수 있는 건 인력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밖에 없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기 90% 가까이가 그라운드에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면서 "이런 경험은 항공업계에서 겪어본 적 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에 이어 항공업계에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해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적자로 돌아섰고 대한항공마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6.4%나 줄어들었다.
여기에 한국은 그 인구 규모에 비해 항공사가 많은 편에 속해, 그동안 공급 과잉에 처해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국적 항공사 난립으로 과잉 경쟁이 일어났던 미국과 유럽 등은 이미 파산과 인수합병 등의 구조조정을 마친 후 항공 산업 체질이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그동안 그 시점이 불확실할 뿐이지, 언젠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매각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 항공업계 구조재편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은 항공업계가 현재 다 같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 구조재편이 일어나기는 힘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구조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허희영 교수는 "지금 코로나19 확산 속도나 업황으로 보면 항공사들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혹은 안정화가 더 늦어질수록 버티기 힘든 항공사가 나올 것이고, 그때 추가적인 인수합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인수자가 없는 항공사도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파이가 요 만한데 나눠 먹기식으로 하면 기업들이 각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도 한 때 1천% 넘게 부채비율이 올라간 적 있었지만 구조조정을 해 체질이 개선된 것이고, 우리나라도 이미 일련의 인수합병이 일어났고 그 과정을 답습할 것이기 때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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