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금 시공하는 가구 같은 경우에는 몇 달 전 계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이번 달 들어서부터는 신규 계약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어 조금씩 상황이 와닿고 있어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만난 가구업체 운영자 A 씨(46·남)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어느 정도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인테리어 시공의 경우 이사 일정을 미루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타격이 다소 큰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가구거리는 평소보다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전까지는 종종 가구를 둘러보는 소비자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대부분 가게가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업주들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손님의 발걸음이 완전히 끊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구거리 인근에서 가구 및 인테리어점을 운영하고 있는 B 씨(37·남)는 "오프라인 매장은 보통 신혼집 인테리어 혹은 혼수가구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코로나19 확산 후 결혼 계획을 미루는 커플이 늘고 있어서인지 최근 이를 물어보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B 씨의 말과 같이 많은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연기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1372 소비자 상담센터' 이용 내역에 따르면,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가 총 1만4천988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배 올랐다.
이 중 국외여행이 6천887건을 기록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항공여객과 예식서비스 등 결혼식과 관련된 분야도 각각 2천387건, 1천622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배에서 8배가량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달 결혼식을 앞뒀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식을 연기한 직장인 C 씨(31·여)는 "신혼집은 전세 입주일을 변경하기 어려워 그대로 입주했지만 코로나19가 걱정돼 결혼식은 여름으로 미뤘다"며 "주변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 중 상당수가 잠시 준비 과정을 중단한 경우도 제법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구나 예물, 혼수 등 직접 둘러보고 구매하는 제품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결정을 보류하는 커플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같이 '결혼 성수기' 장사를 망칠 처지에 놓인 가맹점 등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 한샘은 전국 12개 한샘 디자인파크 등 대형복합매장 및 700여 개 중소 대리점의 방역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 상생형 표준매장의 대리점 임대료는 100%, 그 외 지역에는 50%를 감면해주고 있다.
또 현대리바트와 까사미아도 모기업 차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 지원에 나서는 한편 대리점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시몬스는 대리점 및 위탁 판매 대행자를 위해 전국 60여 개 대리점에 각각 500만 원씩 총 3억 원의 임대료 지원에 나섰다.
업계는 이 같은 지원 활동과 별개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 대형 가구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재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 확대나 온라인 매출 증가로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선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업체는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더라도 신원이 보장되지 않은 이들과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확률이 높아 영세 인테리어 시공업체 등의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야 온라인 배송망을 활용하고, 매장이 많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어느 정도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이는 소규모 업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업계 특성상 다소 주목받지 못하는 점이 있지만 소규모 가구·인테리어 업체들도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피해자"라며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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