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신한은행이 이사회를 열어 키코 배상을 논의하려 했지만, 개최가 불발되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배상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미 배상을 완료한 우리은행과 불수용 의사를 밝힌 산업은행·씨티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은 앞으로 30일 동안 '눈치게임'을 벌일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키코 배상 여부를 논의하려 했으나 불발됨에 따라, 금감원에 수락 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논의하려했으나,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라며 "이에 따라 금감원에 유선으로 키코 배상 수락기한 재연장을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하나·대구은행, 30일간 숨 막히는 눈치게임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해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배상비율의 최저치는 15%며, 평균치는 23%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을 말한다. 미리 정해둔 약정환율과 환율변동의 상한선 이상 환율이 오르거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손실을 입게 된다. 키코 분조위는 은행들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신한은행의 수락 기한 연장 결정에 따라, 금감원에 재연장을 요청한 은행은 총 3곳이 됐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락 기한 마감 하루를 앞둔 지난 5일 금감원에 재연장 요청을 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사회 개최가 어렵고, 하나은행은 내부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도 은행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요청을 거부하면 분쟁조정을 시작한 금감원이 되레 조정을 끝낸 모양이 되기 때문에 수락할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요청을 받아들인 상태고, 얼마나 시간을 연장할지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한 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에선 향후 한 달 동안 세 은행이 '눈치게임'을 벌일 것이라 보고 있다. 여전히 은행 내부에선 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선뜻 배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임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배임 여부를 판단하는 건 결국 은행의 주주들이다"라며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안에 대해 배상을 하게 되면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한 은행이 나서면 따라가거나, 그도 아니면 시간을 끌다가 결국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씨티은행은 불수용…공대위 "정면거부 규탄"
한편 지난 5일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조위 배상 권고를 수락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은행은 일성하이스코에 각각 28억원, 6억원을 배상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산업은행은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결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굳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자문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금감원이 말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해 법리적으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 일성하이스코에게 배상금액을 초과하는 규모의 미수채권을 감면해준 점을 고려해 배상을 거절했다. 다만 분쟁조정을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자율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선 과거 법언 판결을 참고로 삼아 배상하겠다는 입장이라, 우회적으로 배상을 수락한 것으로 읽힌다.
두 은행의 결정에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즉각 반발했다. 공대위는 6일 성명을 통해 "피해 기업의 부채를 자본 전환해 주식으로 가져간 만큼, 다시 주식을 피해자에게 반납해야 한다"라며 "일말의 책임감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약탈 금융의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키코 분조위 이후 현재까지 배상을 완료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27일 일성하이스코와 재영솔루텍에 대해 분조위에서 권고한 배상액인 42억원을 지급했다. 향후 우리은행은 키코 은행 협의체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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