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한국발 입국을 막거나 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가 96곳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다.
퇴로가 없는 사상 최악의 상황에 임원 사퇴는 물론 임직원들의 급여 반납까지,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마저도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하늘길이 막히면서 날아갈 곳이 없어졌고 항공기들은 현재 공항 주기고(항공기의 지상 대기 장소)에 갇히면서 고스란히 주기료 비용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처지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으로 입국금지 국가 40곳, 격리조치 국가 23곳, 검역 강화 국가 33곳 등 모두 96개 국가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유엔 회원가입국(193개국)을 기준으로 절반에 해당하는 국가가 한국인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셈이다.
중장거리 노선에 선택과 집중하던 대형항공사(FSC) 위기도 본격화됐다. 알짜 노선인 미국과 유럽 노선까지 축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미주 노선의 조정에 돌입했다. 이달부터 미국 총 13개 노선 중 4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고, 나머지 9개 노선은 운항횟수를 크게 줄였다. 기재도 일부 변경해 공급 조정에 나섰다. 유럽 노선도 총 12개 노선 중 8개를 운항 중단하고, 2개 노선은 감축 운항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도 장거리노선 감축에 나섰다. 인기 노선인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띄우지 않고, 유럽 4개 노선도 운항 중단했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국가가 급증하고 있어 추가로 운항 중단 내지는 감편 노선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처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LCC 1위인 제주항공은 17개 중국 노선 중 현재 1개 노선만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노선도 절반 정도를 운항하지 않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34개 노선 중 일본 노선 6개만 운항 중인데 이마저 손님이 없어 감축을 검토 중이다. 진에어도 32개 국제선 노선 중 절반 정도를 운항 중단했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국내 항공사 항공기가 공항에 발이 묶여 있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주기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 기준 1일 주기료는 대당 평균 45만원 정도다. 주기고에 들어간 항공기가 몇 대냐에 따라 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 고정 비용이 나가게 된다.
항공사들의 운항중단이 잇따르면서 제2화물터미널 인근의 D5유도로를 F급(초대형) 항공기(A380-8, B747-8i) 11대를 세울 수 있는 장기 주기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유도로는 항공기가 터미널과 활주로를 오갈 때 지나는 길로, 주기장으로 전환된 건 인천공항 개항 후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항공사들이 항공기를 세워뒀을 때 드는 비용은 사실 주기료만이 아니다. 한국 항공사들은 비행기를 주로 임차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항을 하지 않아도 임차료는 빠져나간다.
항공사 관계자는 "지금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항공기들에 대한 주기료 면제가 가장 급하다"며 "수익이 나지도 않는데 주기료를 포함한 공항시설 이용료를 내는 것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탑승객 감소와 운항편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3일 국토교통부와 국내 9개 항공사는 긴급 간담회를 열고 추진 중인 지원책과 추가 긴급 요청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국토부가 업계에 먼저 제안한 이 자리는 지난달 28일 LCC 6곳 대표들이 공동 건의문을 내고 조건 없는 긴급 금융 지원 등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차원의 항공업계 지원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들이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선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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