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지으면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효력도 수일 내에 발생할 예정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을 차기 CEO로 재선임할 예정인데, 임직원의 연임을 제한하는 문책경고가 현실화되면서 행정소송 말고는 이 태풍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이사회가 그간 손 회장 체재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만큼, 손 회장이 행정소송에 돌입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금융위 기관제재 확정, 발등에 불 떨어진 우리금융
금융위가 기관 제재를 결정하면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 효력도 조만간 발생할 전망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중 문책경고까지는 금융감독원장 전결사항이나, 기관 제재까지 껴있는 경우 금융위 의결이 끝난 후 종합해 은행에 통보한다. 금융위 의결 후 제재 내용이 통보되기까지엔 통상 3~5일이 소요되며, 효력은 통보 즉시 발생한다.
당장 급한 건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오는 25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재선임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주총회 전에 제재 내용이 통보되는 게 기정사실화된 이상, 손 회장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않는 한 연임이 불가능하다.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은 임기를 마친 후 향후 3년 동안은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다.
연임을 위한 방법은 행정소송뿐이다. 제재가 통보되면 곧바로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해당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는 방안이다. 그렇게 될 경우 최종 결론은 우리금융의 주주총회 이후에 나오게 되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은 가능해진다.
◆우리금융 이사회 "손태승 회장 말고는 대안 없다"…사실상 소송 가닥
우리금융은 아직 금감원으로부터 정식으로 제재 통보를 받지 않아, 향후 계획 등 공식입장을 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그간 우리금융 이사회의 결정 사항을 복기해보면, 행정소송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 이사회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손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손 회장은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사전통지 받은 상태다. 우리금융의 이사회는 '과점주주'로 구성돼있는 만큼, 경영진이 아닌 '주주 가치 제고'를 제1 원칙으로 삼는다. 결국 이사회가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하고 손 회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뜻이 된다.
제재심에서 문책경고가 확정된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도 손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달 6일 이사회 간담회를 갖고 "개인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그룹지배구조에 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은 '차기 회장으로 손 회장을 재선임 하는 것'과 '은행장을 새로 뽑아 분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우리금융 이사회는 간담회가 끝난 후 곧바로 권광석 행장 내정자를 포함한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위 의결 전날인 3일 열린 이사회에선 주주총회 안건에 손 회장 재선임건을 올리기로 의결하며, 아예 연임을 공식화했다. 동시에 사내이사로 이원덕 전략담당 부문장을 선임하는 등 손 회장의 부재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내린 문책경고의 정당성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게 우리금융의 생각일 것이다"라며 "과점주주로 구성된 이사회가 손 회장에게 3년 더 우리금융을 맡으라고 결정했으니, 손 회장 입장에선 소송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내이사 선임 등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한 것도, 소송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뜻으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사실 금융회사인 우리금융 입장에선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주 전환 2년차인 우리금융은 증권사·보험사 인수합병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내부등급법으로의 자산평가방식 전환 등을 당면 과제로 갖고 있는데, 모두 금감원의 협조가 없으면 힘든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연임으로 가닥을 잡은 건, 손 회장 부재에 따른 리스크가 더욱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손 회장이 빠지면 우리금융으로선 그간 세운 모든 전략을 수정해야만 한다. 실제 손 회장은 지난 해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을 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등 우리금융의 성공적인 '지주전환 1년차'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소송 강행에 따른 리스크가 분명 있지만, 이사회는 그보다 손 회장 부재 시 감수해야 할 리스크를 더 크게 본 것 같다"라며 "손 회장을 중심으로한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게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잠잠한 하나금융, 우리금융 움직임 예의 주시
향후 손 회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재 사실을 통보받으면, 곧바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신청 후 실제 효력정지가 나타나기까지엔 짧으면 2~3일, 길면 2주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책경고는 연임을 제한하는 중징계인 만큼, 법률 대리인들은 이 점을 앞세워 본안소송에서 판결이 나기 전까진 정지시켜달라고 요청할 것이다"라며 "다만, 그간 많은 조사가 이뤄졌고 은행도 잘못을 일부 시인했기 때문에 법원이 기각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소송 진행 시 손 회장의 승소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문책경고의 근거로 내부통제 미흡을 들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적혀있다. 다만, 이를 위반했을 때 누구에게 어떤 제재를 내려야하는 지는 나와 있지 않다. 법의 맹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관리의무 소홀로 다수의 금융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등 내부통제 위반 시 임원을 제재할 직접적인 법적 근거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그간 함 부회장 거취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함 부회장의 경우 올해 말까지가 임기라 손 회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행정소송은 제재통지서를 받은 이후 90일 안에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다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경우 함 부회장이 못하면 김정태 회장이 한 번 더하거나 다른 사람을 물색해야하는데, 김 회장이 연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그렇다고 마땅한 후계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무래도 우리금융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본 후,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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