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제주항공이 2일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최종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수 확정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제주항공이 '위기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앞서 두차례 계약이 연기된만큼 인수 불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이에 따라 모기업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공업계는 공급 과잉 속 일본 불매 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이스타항공 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역시 경영 상황이 부정적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 한 제주항공이 인수확정 여부를 발표한다. 실사 기간을 연장할지, 인수를 중단할지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12월, 1월 두 차례 주식매매계약(SPA)체결을 연장한 바 있다.
2월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기한이 2월 말로 설정돼 있어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측도 2월 말까지는 무리 없이 SPA 체결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천주(51.17%)를 약 69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이다.
당시 제주항공 측은 "연말연시, 설 연휴 등의 이슈로 예상대로 진도를 내지 못했으며, 2월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시간이 부족한 상황일 뿐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등의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제주항공은 인수 발표에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을 내부에선 가늠할 수 없다는 것.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가장 큰 걸림돌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은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은 비상장사로 분기마다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 올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2018년말부터 시작된 단거리노선 공급과잉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경쟁사들이 영업적자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제주항공의 경영 상황도 안갯속에 빠진 상황으로 녹록치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심각해지자 제주항공을 포함한 저비용항공사는 정부의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했다.
저비용항공사 사장단은 "지금 저비용 항공사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있다"며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거듭 호소했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사장단 일동 일동 명으로 긴급 건의문을 내고,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무담보, 장기 저리 조건) ▲공항사용료 및 세금의 유예 아닌 전면 감면 조치 시행 ▲고용유지지원금 비율 한시적 인상을 요구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12일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는 등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당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실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왔는데, 최근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자금 상황이 더욱 안 좋아졌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항공업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까지 실적 둔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수 이후 이스타항공에 대한 추가 투자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될 우려가 있는데다 두 기업 간 시너지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지적도 나온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와 홍콩사태 영향이 회복되기도 전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단거리 노선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대형항공사 대비 저비용항공사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반기 이익 개선을 노리던 업체들에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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