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미래 청사진의 마지막 숙제로 남은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근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8년만에 공식 사임하면서 이런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이끄는 총수로서 그룹의 본업인 '모빌리티 사업'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이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새롭게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다음달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서명진 현대제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안건을 포함시켰다. 이는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조치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내 총괄책임 경영자로서 책임경영의 일환과 미래차 소재에 대한 성장동력 확보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현대제철 등기임원을 지냈다. 그는 현대제철에서 품질과 경영기획 총괄 업무를 담당했으며, 임기가 3년인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2012년 3월부터 맡아 2번 연임했다.
지난 19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1999년부터 맡아온 현대차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21년 만에 물러나면서 정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사업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정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을 총괄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주총에서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내다본다.
이제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마지막 퍼즐로 평가되는 지배구조 재편에 현대차그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된다. 오는 3월 주총 이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관심거리다.
재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재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수시인사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 체제를 지탱할 안정된 조직력을 갖추게 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틈새를 노렸던 투기자본 엘리엇은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발을 뺐다.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안 등이 모두 주주 반대에 가로 막히자 철수한 것으로 이는 이해관계자들이 정 수석부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엘리엇 리스크가 사라짐에 따라 시장은 이르면 올해 지배구조 재편의 큰 틀이 짜일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4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큰 틀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글로비스를 그룹 지배회사로 올리는 방식과 1차 때처럼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방안 2가지다.
글로비스를 그룹 지배회사로 올리면 정 수석부회장은 큰 문제없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 수석부회장 지분율은 23.29%에 달한다. 정 회장과 정몽구 재단 지분을 더하면 35%에 이른다.
또다른 방식으론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놓는 대신 일부 사업부문을 떼 글로비스와 합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글로비스 주가를 견인한 뒤 정 수석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판 대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순환출자 해소 및 지배구조 재편은 완료된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철수와 상관없이 미래청사진에 따라 주력계열사의 역할이 변한 만큼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실적개선과 함께 투기자본의 철수로 정 수석부회장 중심의 새로운 지배구조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대주주를 결집하는 역할을 하던 행동주의 펀드가 사라지면서 개편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개편안은 앞서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주총 지분경쟁 속에서 높아진 주주가치를 인정하고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한 '실적개선→주주친화정책 확대→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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