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년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롯데쇼핑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 호텔롯데, 롯데건설 대표 자리에서도 내려온 신 회장은 계열사 임원 자리를 정리하는 대신, 앞으로 내부 분위기 결속과 호텔롯데 상장에 좀 더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달 22일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사임계를 제출했다. 2000년 롯데쇼핑 등기임원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06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됐지만 2013년 물러났고,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만큼 사업을 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놓이면서 최근 여러 계열사 이사직에서 줄줄이 자진 사임을 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실형은 면했지만 배임 죄목은 인정된 상태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일자로 롯데건설과 호텔롯데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 임원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신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이번에 물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자발적 의지보다 법규정에 따른 불가피 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르면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사유로 '배임 등의 명목으로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거나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는 결격 사유가 생긴 데다 집행유예 기간이기 때문에 부동산개발업 등과 관련된 계열사에선 사내이사로 오를 수 없다. 이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쇼핑의 사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자진 사임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그 동안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도 이번 일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 중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케미칼에서 대표이사를, 롯데칠성, 캐논코리아, 에프알엘코리아에서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와 롯데건설, 롯데쇼핑의 사내이사직에서 신 회장이 내려온 것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노렸다거나, 자발적 결정이었다기 보다 사업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대법원 결정 이후 내부에서도 이를 염려해 관련 작업을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집행유예가 선고된 기간 만큼은 법규정에 제약을 받고 있어 관련 계열사에서 사내이사직을 맡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부동산개발업과 관련되지 않은 다른 계열사 사내이사직에선 내려올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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