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 발병으로 대구광역시가 멈췄다. 매일 저녁 북적이던 동성로에는 인적이 자취를 감췄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임시 휴업이 이어지는 것을 넘어 유언비어 확산까지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20일 오후 이후 임시 휴점에 들어갔다. 인접해 있는 동아백화점 쇼핑점도 오는 22일까지 휴점을 결정했다. 이 두 매장은 코로나19 33번 확진자가 지난 15일 오후 1시 전후 매장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후 방역 조치 등의 목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에 위치한 만큼 '상징성'이 있는 이 두 매장이 확진자 방문으로 인해 휴점한 것은 일종의 '낙인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동성로를 중심으로 설계된 대구의 대중교통 노선을 고려할 시 불안 심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구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백화점 두 개 지점이 휴점한 것을 넘어 대구 오프라인 상업 자체가 '멸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며 "동성로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교통 중심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구는 마치 우한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라며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관계자가 전달한 20일 퇴근 시간 동성로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평소와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백화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한약 시장과 CGV 인근은 퇴근 시간임에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인근 가게들도 대부분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종료한 모습이었다.
한 대기업의 대구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A 씨(29·남)는 "매장 아르바이트생들이 출근을 거부해 타 직무 직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형 매장이 이런 상황인데, 소규모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장사 자체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 회사 인근에 자리 잡은 음식점 중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들도 휴교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프라인 매장 이용을 꺼리는 움직임은 물론 배달 음식과 택배 배송에마저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대구 근무 직장인 B 씨(31·여)는 "대구·경북지역 확진자 발생 초기 '야쿠르트 아줌마'가 확진자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배달 음식, 택배 배송 등을 꺼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회사에도 매일 아침 사무실로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배달원들을 불안해하는 동료 직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송된 택배를 집으로 가지고 들어올 때도 손소독을 하는 등 불안해하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고, 신천지 교인들이 동선 추적 등 당국의 조치에 미온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각종 유언비어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에 따른 신천지 교인에 대한 혐오 정서도 점점 짙어지는 모습이며, 유언비어가 지속 확산될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해결되더라도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더욱 긴 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천지가 매우 폐쇄적인 교단인 만큼 교인들 중 증상을 숨기고 있는 감염자가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신천지가 교인들에게 증상을 숨길 것을 종용한다는 설은 물론 대구가 통제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외출 자체를 꺼리는 심리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문이 더욱 확산될 경우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외출에 대한 거리낌이 사라지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신천지 교인 4천475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그중 544명이 증상이 있다고 대답해 확진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질본은 나머지 교인들에 대해서도 명단을 확보해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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