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산하로 정식 출범했다. 노조는 "사측의 불통, 일방통행, 독단경영을 저지하고 빼앗겼던 노동자의 권리를 당당히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이창완·김정란 삼성디스플레이 공동 노조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출범 기자회견에서 "지난 수년 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측의 일방적 경영과 소통부재 속에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누릴 수 없었으며 곳곳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인사이동, 사실상의 해고인 퇴직 권고, 독단적인 규정 변경 등에 고통받고 시달려 왔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단순히 성과급 몇 푼 더 받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며 "삼성디스플레이노조는 소통 부재, 일방적 경영과 부당 인사이동 등 수년 간 지속된 폐해를 극복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권리를 누리고자 출범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 움직임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가 OPI(초과이익성과금옛 PS)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달 29일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개설됐고 이윽고 조직위가 꾸려져 상급단체를 정하는 과정 등을 거쳤다. 노조는 지난 14일 설립총회에 이어 17일 충남 아산시에 노조 설립신고를 했다. 이후 19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정식 출범했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일반 직원들을 대변해 회사와 소통하는 '노사협의회'라는 조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이창완 공동위원장은 "OPI와 관련해서 노사협의회도 회사 측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작 협의회 쪽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그 외에도 여러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노사협의회가 논의한 사안이 통과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회사와의 소통을 위해 노조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협의회는 노조 설립 이후에도 별도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노총 산하에 삼성 계열사의 노조가 출범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삼성웰스토리,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화재에서도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창립됐고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까지 가세했다.
이에 이날 한국노총 측은 삼성 계열사의 잇따른 노조 설립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삼성화재 노조에 이어 삼성 계열사에서 노조가 출범한다"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깨져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삼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존중받고 노동인권을 강화해 가고 있다.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나 '반노조 경영'이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완 공동위원장도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노조가 출범한 부분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설립에 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 같이 연대해서 활동한다면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여전히 노조에 부정적인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만재 금속노련(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사측이) 직원들에게 발생한 이메일을 회사 측에서 전부 회수하거나 삭제하고, 직원이면 누구나 알 권리가 있는 정보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또 조합원의 개인 고과를 무단으로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단체협상 결과를 사측 입맛에 맞게 게재해서는 조합원들을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만들었으며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무노조경영을 강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삼성전자·삼성화재 등에서 잇따라 노조를 대상으로 벌어진 행위들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오늘 출범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를 비롯해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사 5개 노조가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당분간 노조원 확대를 위한 온·오프라인 선전전에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밴드 등을 바탕으로 온라인 가입 선전전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이미 온라인 노조 가입 원서도 받는 중이다.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직원들에게 직접 전단지와 홍보물품 등을 배포할 계획이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조원 중에 전임자가 없다"며 "선전전은 한국노총과 금속노련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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