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국의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이 받는 타격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자·화학·철강 등 대(對)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도미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9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KIEP 오늘의 세계경제: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의 빠른 확산세와 중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스(중증급성호흡증후군, SARS)'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큰 데다가 이번 사태로 빚어진 소비 부진이 추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중간재 공급 국가 중 미국은 전체의 약 10.7%를 공급 받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한국(6.5%), 일본(5.5%), 독일(3.3%), 대만(2.7%), 베트남(2.6%), 인도(2.1%) 등의 순이다.
보고서는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중국 진출 기업 및 국내 수입 기업이 1차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며 "한국 수출 기업도 현지 경기 둔화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중국산 1차 금속 수입액은 139억6천만달러(1위, 10.9%)였고, 전자 부품 및 화학 관련 제품 수입액도 각각 139억6천만달러(2위, 8.5%)와 707억4천만달러(2위, 7.5%)로 중국의 각 품목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아세안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위, 해외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위인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 경제의 위축은 경제협력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려한 것은 이번 사태의 장기화다. 국제 경제분석기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 쇼크'로 끝난다 하더라도 올해 성장세 타격이 불가피한데, 장기화 될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중국 안팎에서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산업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유통, 자동차, 반도체·전자, 정유, 화학, 철강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한국의 성장률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워진 상황이다. 이미 일부 IB와 해외 연구기관은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1%포인트 낮췄다. 조정 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3번째로 컸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도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JP모건은 2.3%에서 2.2%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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