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970년대 국내 면세 시장은 자수정, 도자기 정도만 파는 '기념품 가게' 수준에 머물렀다. 1973년 국내 최초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만들어졌지만, 현재 면세점 형태로 갖춰진 것은 1980년 2월 14일 서울 소공동에 처음 문을 연 롯데면세점이 최초였다. 백화점처럼 브랜드별로 매장을 갖춘 데다 고급 인테리어를 적용해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0년 2월 14일은 롯데면세백화점으로 시작한 롯데면세점이 40주년을 맞은 날이다. 오픈과 동시에 지난 40년간 한국 면세산업의 역사를 만들어 온 롯데면세점은 백화점처럼 매장마다 구획화된 부티크 스타일을 세계 면세점 업계 최초로 시도한 것을 시작으로 언제나 '최초',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세계 면세점 최초로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빅3를 유치함으로써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성과를 낳았다. 세계 명품을 한 곳에 모아 취향에 따라 제품을 고를 수 있게 함으로써 쇼핑을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로 향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우리나라로 돌렸던 것이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롯데면세점은 1992년 외화 획득 2억불 관광진흥탑 수상을 시작으로 2002년 외화 획득 5억불 관광진흥탑 수상, 2007년 대한민국서비스만족 대상, 2009년 제36회 관광의 날 철탑산업훈장 등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다양한 노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1위, 세계 2위 자리에도 올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국내 최초 종합 면세점으로 서울 소공동에 오픈한 후 외화 획득과 관광객 유치의 선발대 역할을 해 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왔다"며 "오픈 첫 해 20억 원 매출 규모로 시작했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약 10조 원 규모로 5천 배 이상 확대됐다"고 말했다.
◆롯데서 세계 최초 免 매장 연 명품…"롯데家 노력 덕분"
롯데면세점이 세계적인 면세점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달 운명을 달리한 롯데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덕분이다. 신 명예회장은 1979년 임원들에게 "홍콩으로 쇼핑 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돌려 세울 만한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유명 명품을 유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명품 브랜드들은 면세점에 입점했던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는 내부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당시 롯데면세점 부사장(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앞장 서 1981년 전담 팀을 구성한 후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을 잇따라 공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랑스 본사가 아닌 홍콩에 있는 루이비통 사무실을 찾아간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이 향후 루이비통의 한국 진출 교두보가 될 뿐 아니라 롯데호텔과 연계 시 기대 이상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이를 수긍한 루이비통은 1984년 첫 면세점 매장을 롯데에 냈고, 에르메스와 샤넬도 각각 1985년, 1986년 나란히 롯데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에는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등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들도 속속 롯데를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얼리 브랜드들을 잇따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신 이사장이 주도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티파니 매장이 1991년 10월 소공점과 잠실점 두 곳에 매장을 오픈한 것은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친 신 이사장의 노력 덕분"이라고 밝혔다.
◆롯데, 免 매출 효자 '화장품' 부흥 이끌어
롯데면세점은 소공동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89년에는 잠실에 롯데월드면세점(현 월드타워점)을 하나 더 열었다. 다점포화를 위한 첫 걸음이었다. 이곳은 롯데월드, 백화점, 문화예술극장, 호텔, 면세점 등으로 구성된 롯데월드종합단지 안에 위치해 단체 관광객 유치로 국내 관광산업 부흥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는 부산에 최초의 지방 면세점을 열었고, 1999년에는 김포공항 면세점을 오픈하며 공항 면세점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00년에는 제주점을 개점해 우리나라 제일의 관광지인 제주에도 진출했으며, 인터넷 면세점을 오픈해 온라인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2001년 인천공항 개항을 앞두고 롯데는 명품, 주얼리를 넘어 화장품으로 영역 확장을 시도했다. 당시 면세점들은 화장품 매장 운영을 꺼려했지만, 롯데는 그 동안의 브랜드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티로더, 샤넬,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들을 또 다시 설득했다.
이후 롯데가 선보인 인천공항점에는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시슬리 등 4대 화장품 브랜드들이 나란히 입점돼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브랜드들은 입점 2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월 매출 100만 달러를 훌쩍 넘겨 롯데의 효자 브랜드로 각광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자극 받은 세계 면세업체들이 기존에 팔지 않던 화장품 브랜드들의 입점을 속속 추진했다"며 "현재 세계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상품도 바로 화장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롯데면세점은 2007년 김해공항점을, 30주년을 맞이한 2010년에는 코엑스점을 개점했다. 또 2016년 영업을 종료했던 월드타워점도 이듬해 다시 문을 열게 되면서 현재 국내에서 총 8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말 예정돼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입찰에 참여해 사업권을 획득함으로써 국내 면세 업계에서의 위치를 더 단단히 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외 영역 확대 통해 '관광산업' 발전 일조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최초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점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한 롯데면세점은 미국 괌 공항점, 일본 간사이 공항점, 도쿄 긴자점, 베트남 다낭 공항점, 태국 방콕 시내점 등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했다. 2018년에는 업계 최초로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5개 지점도 한꺼번에 오픈해 현재 7개국, 1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베트남 다낭 시내점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점 등 대규모 해외 매장 오픈이 예정돼 있다. 또 현재 진출해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기반으로 주변국으로 세력을 더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2017년 2천억 원 수준이었던 롯데면세점의 해외 매출은 3년만인 올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뿐만 아니라 '한류 마케팅'을 앞세워 해외 고객 유치를 위해서도 솔선수범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배용준 기념품샵을 도입해 일본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각광 받았고, 최근에는 방탄소년단, 엑소(EXO), 트와이스 등 톱 모델을 기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또 이들을 한 무대에 선보이는 롯데면세점 패밀리콘서트를 29회 동안 개최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14년부터 동시대 최고의 한류 스타들을 초청한 외국인 전용 콘서트를 통해 총 13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직접 국내로 유치했다"며 "이로 인해 5천6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천8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40주년을 맞아 한류 마케팅을 넘어 문화 마케팅으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의 일환으로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영국의 유명 아티스트인 스티브 윌슨과 40주년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으며, 올 한 해 동안 함께 작업한 40주년 엠블럼, 키비주얼 등을 국내외 점포에 적용시킬 예정이다.
또 롯데면세점은 40주년을 맞이해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 '시예누'도 단독으로 선보였다. 유통사와 화장품 제조사가 개발 단계부터 공동으로 협업해 단독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업계 최초로, 오는 3월 명동본점에 정식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에이지투웨니스, 이니스프리, 닥터자르트 등은 롯데면세점의 상징인 붉은색을 활용한 제품과 패키지를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올 한 해 동안 국내 제품뿐만 아니라 해외 뷰티 및 럭셔리 패션, 쥬얼리 브랜드 등과 협업한 단독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신규 시장 진출 가속화를 통해 한국 면세점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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