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
지난 2018년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시장의 반대로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를 선언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얻은 후에 다시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주주친화경영을 통해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전 상장 계열사가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존 3개 계열사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전자투표제도를 나머지 9개 상장 계열사들까지 확대해 그룹 내 12개 상장 계열사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키한다. 전자투표제는 기업이 전자투표시스템에 주주 명부와 주총 안건을 등록하면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하는 주주친화 경영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평소 주주, 투자자,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주주권익 보호와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선순환 구조 형성이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 등 3사만 도입했던 전자투표제도를 올해부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나머지 상장 계열사들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주주총회에 앞서 이달 중 열리는 각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전자투표제도 도입이 확정된다.
상장 계열사들의 이번 결정은 소액주주들의 주주권을 보장하고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주주와 시장 이해관계자들과 확고한 신뢰관계를 조성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아울러 정 수석부회장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주주 권익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추가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도입한 제도도 많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는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국내외 일반 주주들이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이사회 구성을 확대했고, 현대모비스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2명의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뿐만 아니라 정 수석부회장은 주주 및 시장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 환원 약속도 적극 이행하고 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잉여현금흐름 기준으로 배당 수준을 책정하는 신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가 큰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 상장사의 전자투표제도입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주주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을 보다 확대하고 적극적인 수익성 관리와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책임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제고돼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주총 지분경쟁 속에서 높아진 주주가치를 인정하고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한 '실적개선→주주친화정책 확대→공정한 지배구조 개편안 제시'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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