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지난해 5세대 통신(5G) 세계 첫 상용화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4분기 다시 4위로 밀려났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세를 넓힌 화웨이가 1위를 탈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것. 여기에 초기 물량공급에 어려움을 겪던 에릭슨과 노키아도 정상궤도에 진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기존 빅3 체제의 벽을 재차 넘지 못하는 형국이다.
31일 주요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5G NR 네트워크 장비(RAN) 시장에서 1위 화웨이는 물론 에릭슨, 노키아에 이은 4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델 오로 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5G RAN 시장 매출기준 점유율은 15%로 4위에 그쳤다.
같은 기간 화웨이는 점유율 31.2%로 1위를, 다음으로 에릭슨 25.2%, 노키아 18.9% 순으로 잠정 집계됐다. 초기 부진을 겪은 ZTE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 9.7%로 삼성전자에 이은 5위로 올라섰다.
앞서 델 오로가 지난해 2분기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삼성전자가 2018년 4분기에서 2019년 1분기까지 5G RAN 시장에서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7%로 화웨이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화웨이는 28%로 2위를, 뒤를 이어 에릭슨 27%, 노키아가 8% 순으로 나타났다. ZTE는 미국의 중국 무역제재 심화로 미미한 성적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첫 5G 상용화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물론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까지 장비 공급에 성공, 초기 5G 시장 선점에 성공했으나 5G 시장 확대 등과 함께 반격에 나선 기존 빅3 추격에 재차 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짝 1위 내줘 …화웨이 파상공세
실제로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장 공세를 높이며 입지를 빠르게 확대했다.
화웨이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에서 절반 가까운 성과를 거두고 에릭슨과 노키아가 기존에 강세를 보이던 지역 내 점유율을 회복하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
화웨이의 경우 전세계 65개 사업자와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 화웨이' 전선에도 균열이 생긴 상태. 최근 영국이 5G 장비를 일부 허용하고, EU 집행위원회에서 자유로운 장비 사업자와의 계약을 위한 툴박스를 냄에 따라 유럽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노키아 역시 5G 상용계약이 48건을 넘어서면서 점차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 에릭슨도 79건의 계약을 체결, 이중 24개 사업자가 5G를 상용화했다. 24건의 계약 체결 건수를 넘어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들 빅3는 중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5G 공급계약을 체결, 초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나 기존 빅3 업체가 본격적인 공급에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며 "삼성전자의 입지가 갈수록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5G 입지를 다지기 위해 망설계 최적화 전문업체인 텔레월드 솔루션즈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첫 출장지로 브라질을 선택, 5G 통신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G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의 추격세에 다시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스테판 포그랏즈 델 오로 그룹 부사장 겸 분석가는 "2018년 하반기 시작된 전세계 RAN 매출 상승세는 4G에서 5G 전환에 따라 가속화되고 있다"며, "2024년 까지 강력한 5G 투자가 이뤄지면서 전체 RAN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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